CBS 기자들, 사장 '기사 본문 내용 삭제' 요청에 집단반발

윤수현 기자 2022. 11. 1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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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입사한 34기~39기 기자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누가 CBS 사장이 되든 기사와 관련해 보도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경고했다.

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제작의 주도권은 기자와 데스크,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보도국장이 진다"며 "이 원칙이 깨지면 '정론직필' 할 수 없다. 제작국·기술국·선교국 혹은 다시 목회자 출신이 CBS 사장직을 맡아 이번 김진오 사장의 '보도 개입' 선례를 언급하며 보도국을 휘두르려 든다면 어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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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연차 기자들, 사장 비판 공동성명 발표
"사장, 기사 관련해 보도국 좌지우지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CBS 기자들이 김진오 사장의 '윤석열 대통령 관저 단독보도' 본문 내용 삭제 요청에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들은 김 사장의 본문 내용 삭제 요청이 부적절한 선례가 될 수 있다면서 “사장은 후배들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CBS는 21일 '보도위원회' 개최 날짜를 확정할 방침이다.

CBS 입사한 34기~39기 기자들은 18일 성명을 내고 “누가 CBS 사장이 되든 기사와 관련해 보도국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둔다”고 경고했다. 34기~39기 기자들은 중·저연차에 해당하는 2016~2022년 입사자들이다.

▲CBS 사옥.

이번 성명 발표의 배경에는 김진오 사장의 '기사 본문 내용 삭제 요청 사건'이 있다. CBS는 지난 5일 '[단독]참사 당일 '빈집'인 尹 관저 지킨 경찰…지원 불가했나' 보도를 통해 202경비단이 이태원 참사 당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주하지 않았던 관저를 지키고 현장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보도를 확인한 후 데스크를 질타하고, 본문 삭제를 요청했다. 김 사장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이 기사 수정을 요구하면서 '빈집'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진오 사장은 16일 사내에 A4용지로 된 안내문을 게재해 “'윤 빈집' 기사는 스트레이스성 단독 기사였다. 당연히 팩트를 근간으로 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했어야 한다. CBS·노컷뉴스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다면. 사장이기 이전에 다시 태어나도 기자가 되겠다는 김진오에게도 '명예'라는 것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CBS 기자들은 성명에서 “김진오 사장은 기자가 아니다. 보도국 기사의 논조나 오류에 관한 판단과 최종 책임은 오로지 보도국에 있다”고 반박했다. 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제작의 주도권은 기자와 데스크, 나아가 최종적으로는 보도국장이 진다”며 “이 원칙이 깨지면 '정론직필' 할 수 없다. 제작국·기술국·선교국 혹은 다시 목회자 출신이 CBS 사장직을 맡아 이번 김진오 사장의 '보도 개입' 선례를 언급하며 보도국을 휘두르려 든다면 어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CBS는 사내 윤리강령에서 “편성, 보도, 제작에 있어 제작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내·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요구나 압력을 거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CBS 기자들은 “CBS 내에서 김진오 사장은 최고 권력자다. 그 지위에서 내뱉은 말은 절대로 '선배 기자의 충고'에 그치지 않는다. 충고는 곧바로 부당한 개입이자 압력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CBS 기자들은 “선배들이 지켜온 자랑스러운 명예가 위협받고 있다”며 “사장이 땅에 떨어진 CBS 보도의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보도국을 존중하고 공격받는 구성원을 가장 앞에 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S 보도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보도위원회'를 개최한다. 보도위원회 개최 일정은 21일 확정된다. 간사를 맡은 장규석 CBS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사장이 개입돼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보도위원회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장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공정방송협의회로 확대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공정방송협의회는 보도국뿐 아니라 제작국·TV제작국도 참여한다.

이에 대해 김진오 사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건(단독 기사는) 기사가 안 됐다”며 “처음에는 데스크와 농담 하듯 시작한 것이다. '이게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냐' 이렇게 시작한 것이고, 처음부터 '삭제하라'고 그랬겠는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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