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널뛰는데 입출금 막혀 … 케이뱅크 탓에 날샜다"

서정원, 명지예, 문재용 2022. 11.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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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7시간 전산장애
업비트 코인 투자자들 발동동
오류 10여분만에 알린 업비트
케이뱅크 1시간 이후에야 공지
4년새 34건 장애, 은행중 최다
우체국도 모바일뱅킹 장애

케이뱅크 먹통 사태는 온라인으로만 거래가 가능한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낮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케이뱅크에서 전산 장애가 잦았던 점을 감안할 때 금융당국의 사전적 감독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새벽까지 이어진 케이뱅크 먹통 사태 최대 피해자로 케이뱅크와 실명확인 입출금 제휴를 맺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사용자들이 꼽힌다. 업비트에서 가상자산 투자를 하려는 사람들은 케이뱅크를 통해야만 투자금을 입금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 탓에 업비트 원화 입출금, 케이뱅크 실명 입출금 계좌 등록과 해지까지 모든 업무가 멈췄다. 특히 가상자산을 매수하려고 해도 투자금을 입금하지 못해 거둘 수 있던 차익을 놓친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업비트는 지난해 기준 누적 이용자가 890만명에 달하는 국내 점유율 1위 가상자산 거래소다.

코인 투자에 업비트만 쓴다는 A씨(26)는 "눈여겨보던 코인을 추가 매수할 시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원화 입금이 안돼 당황스러웠다"면서 "언제 복구될지 몰라서 밤새 업비트와 케이뱅크 앱만 계속 들여다봤다"고 토로했다. 업비트에 따르면 접속 장애 기간 중 1비트코인은 2276만4000원까지 떨어졌다가 2299만8000원으로 오르면서 1% 넘는 변동폭을 보였다. 이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권사 전산 오류로 인한 매도 불가 같은 경우는 손실을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원화 입출금이 안 돼 매수가 불가한 건은 손실 추산이 어렵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인재'라는 비판도 나온다. 케이뱅크는 최근 수년간 크고 작은 전산 장애가 발생하며 전조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일어난 은행권 전산 장애 275건 중 케이뱅크가 34건으로 최다였다.

가상화폐 열풍으로 업비트 이용자 수가 늘면서 케이뱅크 고객도 덩달아 증가한 데 반해 이를 처리할 전산 역량은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 10월 업비트에서 신규 코인을 상장하며 접속자가 몰렸을 때는 평소보다 8배 가까이 늘어난 처리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앱 접속이 45분간 장애를 빚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비트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은 이후 케이뱅크 거래가 굉장히 늘었다"며 "케이뱅크 정기검사 때도 거래량에 대비해 전산자원이 작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나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은행 1곳과 제휴하는 '1거래소 1은행' 시스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소비자 사이에서 나온다. 이날 입금하지 못해 비트코인 매수에 실패한 C씨는 "케이뱅크는 이전에도 접속이 불량한 문제가 있었다"며 "다른 은행으로도 입출금이 가능하다면 옮겨 갔을 것"이라고 했다. 업비트도 이번 사태에 대해 보상은 할 수 있지만 '1거래소 1은행'이라는 근본적 구조 탓에 재발 방지는 확언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간 금융당국은 자금세탁 방지를 명목으로 이 시스템을 권장해왔다.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케이뱅크가 보여준 미온적 대처도 도마에 오른다. 제휴사인 업비트보다도 소비자 고지가 느렸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장애가 발생한 지 10여 분 만인 17일 오후 8시 32분에 공지한 반면 케이뱅크는 9시가 넘어서야 홈페이지에 서비스 접속 장애를 공지했다. 케이뱅크 측은 "대부분 사용자는 홈페이지가 아니라 앱을 통해 케이뱅크를 이용한다"며 "앱에는 업비트와 비슷하게 8시 30분쯤부터 알렸다"고 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스마트뱅킹에서 장애가 발생해 조치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우체국 스마트뱅킹에서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장애가 발생한 뒤 오후 3시 35분께 정상 복구됐지만, 모바일 스마트뱅킹 장애는 오후 10시를 넘서어도 지속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신속한 복구와 정상 운영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함께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원 기자 / 명지예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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