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인플레이션의 끝은 언제쯤?

2022. 11.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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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저축 늘린 가계
소비 늘릴 여지 남아 있고
임금과 물가 '동반상승' 중
그래프상 인플레 정점은
눈으로도 확인되지만
확 누그러지지는 않고
꽤 높은 수준에 머물 듯

◆ 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

먼 옛날의 이야기 같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기 한 해 전 2019년에는 디플레이션, 즉 물가 하락을 걱정했다. 그해 9월에는 인플레이션이 연율로 -0.4%를 기록하기도 하면서 일본과 같은 30년 장기 불황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엄습하기도 했다.

그랬던 물가가 2021년 중반부터 3%를 넘어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2022년 11월 현재 인플레이션은 5%에서 6%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인플레이션을 겪어보지 못한 터라 높은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무서운 것은 5% 이상으로 올라가서 좀처럼 내려오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두 가지 큰 요인은 이미 약화된 상태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80달러대로 내려왔고(물론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도 올해 5월 이후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인플레이션은 5%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떨어질까?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경제학 모형을 이용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경제학 모형을 이용한 예측은 현실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냥 참고 자료로 사용할 따름이다.

아래 그래프는 2020년 1월에서 2022년 10월까지 인플레이션이 '상승 추세에 머물 확률'을 보여준다. 그래프를 읽는 법을 잠깐 설명드리면 이렇다. 빨간 그래프가 상승할수록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그래프가 하락할수록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확률의 추정은 국면전환모형(regime switching model)을 사용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확률을 자세히 보면 2021년 초에 0에서 0.9로 급상승한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실제 상승했던 시기보다 5개월 정도 앞서서 상승할 신호를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확률은 계속해서 0.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 오른다는 뜻이다.

그런데 2022년에 들어오면서 변화가 발생한다. 눈으로 확인하기가 조금 어려운데 2022년 2월부터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확률이 약간씩 하락하다가 2022년 6월에 0.6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상승할 때와 달리 천천히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상승 확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두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데, 첫째는 길었던 인플레이션이 올해 6월을 전후로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두 번째 해석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상당히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별로 반갑지 않은 신호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고 있지만 높은 수준에서 오랫동안 머무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구체적으로는 연율로 5%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요인들이 계속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단 노동자 임금과 일반 물가 사이에 동반 상승(spiral이라 한다)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작년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결국 모든 재화의 가격을 올리게 된다.

두 번째 요인은 가계 저축의 증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가계의 미래가 불안해지고 해외여행 등을 줄이면서 가계 저축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약 15% 증가했다(한국은행 국민계정). 이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려도 가계가 소비를 늘릴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고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은 한미 간 금리 차이로 인한 원화의 약세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고 한국은행은 같은 속도로 기준금리 인상을 못하고 있으므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는 멈추기가 어렵다. 이는 수입 가격을 상승시켜 국내 물가를 다시 상승시키게 됨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인플레이션은 금리 상승과 주식시장 불안정을 초래한다. 최근 채권시장의 불안정과 하위 20% 소득 가계의 식료품 지출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가 넘는 현실도 마음에 걸린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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