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절대권력 빈살만
◆ 필동정담 ◆
때로 한 장의 사진은 장황한 글보다 세상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17일 롯데호텔 30층 모습을 담은 사진이 그랬다. 한국 재벌기업 오너들이 가지런히 손을 모은 채 한 줄로 앉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이자 총리인 무함마드 빈살만(37·일명 MBS)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빈살만을 '알현'하기 위해 오너들은 코로나 검사를 받고 휴대폰까지 맡겨야 했다.
1926년 건국한 전제국가 사우디는 초대 국왕인 이븐사우드의 아들 6명이 왕위를 계승해왔다. 현재 살만 국왕은 무려 25남이다. 빈살만이 머지않아 8대 국왕이 되면 건국한 지 약 100년 만에 손자 대(代)로 왕위가 넘어간다. 아라비아의 유목 국가는 미국 자본으로 1930년대부터 석유를 캐내기 시작하며 국내총생산(GDP) 18위의 부국이 됐다. 빈살만의 개인 재산만 2조달러(약 27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빈살만의 권력 시계는 2030년에 맞춰져 있다. 인류 최대 역사(役事)라는 네옴시티의 완공 시점이다. 2030년 열리는 세계박람회를 놓고도 부산과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가 경쟁하고 있다. 홍해 인근 사막에 네옴시티를 건설하기 위해 사우디가 잡은 예산만 670조원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빈살만 앞에 줄을 선 이유다.
그러나 빛과 어둠은 언제나 함께 있다. 석유 시대 이후를 준비하는 빈살만에게는 큰 숙제가 있다. 시아파 맹주 이란과의 긴장 관계는 여전하고, 건국 이후 맹방이었던 미국과의 관계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후보 시절에 사우디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여름 사우디를 찾아가 손을 내밀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미국에 거주해온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2018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의 배후가 빈살만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사우디가 석유를 무기로 미국의 권력에 공공연히 도전하고 있다는 불쾌감도 쌓이고 있다. 또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잠시 잦아들었다고 해도 내부 압력은 상존한다. 빈살만이 환대받은 것은 오일머니의 힘이지, 존경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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