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MBC 악의적 행태” 발언에 전문가, 시민단체 “보도 내용 이유로 언론 차별 있을 수 없는 일”

김기범 기자 2022. 11. 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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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문화방송(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MBC가)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언론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은 ‘보도 내용’을 이유로 언론을 차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자유를 보도 내용을 문제삼아 제한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입장에서는 MBC가 단순히 현상을 보도한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보도를 한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기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든 대통령이 언론 매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전용기 탑승 배제는) 국정 수행에 있어 MBC 보도로 인해 곤란을 겪었다고 보고, 그 보도가 가짜 뉴스라는 관점에서 취한 조치인 것 같은데 보도 내용을 문제 삼아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무리가 있다”며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매체를 차별할 것이 아니라 정정보도를 하도록 하고, 법정에 가서 해결해야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보도 내용과는 별개로 국정 최고 책임자가 특정 언론을 상대로 차별하거나,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보도 내용에 잘못이 있다면 정정보도를 청구한다든지 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법학계에서는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을 배제시킨 것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수호를 위한 조치로 특정 언론의 전용기 탑승을 베제한 것이라면 전용기 탑승에 대한 규정을 만들어서 탑승하게 하거나 탑승하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며 “(대통령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탑승을 배제한 것은 법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기자가 전용기에 타는 것은 단순히 편의 제공의 차원이 아니라 취재원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에 있어 핵심적인 영역”이라며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헌법소원의 대상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전용기 탑승 배제’와 관련해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서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언론을 장악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드러났다며 우려를 표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대통령실의 MBC 배제 조치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고, 취재를 제한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행태”라며 “대통령이 그에 대한 사과를 하기는커녕 납득하기 어려운 국익을 운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언론을 정권이 장악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 보도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국익 기준이 아닌 국민의 알 권리, 공익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언론의 역할을 특정 정치세력의 기준으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MBC는 이날 오후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윤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MBC는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보도와 검증, 비평 활동에 대해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가 명확한 근거 없이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악의적 행태’ 라고 말한 것은 헌법 가치인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는 위협적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MBC는 이어 “MBC는 앞으로도 공적 영역에 대한 자유로운 취재와 검증, 비평을 통해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오늘 윤 대통령이 MBC에 대해 쏟아낸 말은 공영방송 MBC를 자신들 마음대로 장악하고 무너뜨리려는 신호를 공식화한 셈”이라며 “MBC 본부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리려는 윤석열 정부의 폭력을 절대로 용인하질 않을 것이며, 국민들과 함께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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