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아들 이정후, 그리고 이정후의 아빠 이종범 [기자수첩]
“항상 제가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야구 인생은 제 이름으로 잘 살아갈 거여서, 아버지도 아버지의 인생을 어머니와 같이 잘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022시즌 KBO 최고의 선수로 등극한 이정후(24, 키움)의 수상 소감을 지켜보면서 문득 그의 학생 선수 시절과 신인왕에 등극한 당시, 그리고 영광의 순간까지의 몇몇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특히 17일 전까지 숙명적으로 계속 언급될 수밖에 없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 현 LG 코치와 이정후 부자의 스토리 말이다.
당연히 이정후는 최우수선수(MVP) 기자단 투표 107표 가운데 104표를 획득했다. 만장일치 MVP를 타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류현진(전 한화)과 서건창(LG)에 이어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역대 세 번째 사례가 됐다. 동시에 아버지 이종범 코치와 함께 한미일 최초 부자 MVP라는 진기록의 주인공도 됐다.
그래서 이정후의 수상 소감이 더 특별하게 들렸다. 수상 직후 ‘가족들에게 한 마디를 해 달라’는 사회자의 주문에 이정후는 “항상 제가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앞으로 야구 인생은 제 이름으로 잘 살아갈 거여서, 아버지도 아버지의 인생을 어머니와 같이 잘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이정후가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야구인 이정후로 홀로 우뚝 서고 싶다는 당당한 선언인 동시에, 이종범의 그늘을 완전히 뛰어 넘는 야구인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긴 선언이기도 했다.
그 모습에서 이정후가 휘문고등학교 재학 중이었던 2016년 당시 8월 말 대만에서 열렸던 제11회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 소집 이후 그를 만났을 당시가 떠올랐다.
휘문고 시절에도 고교 수준에서 손꼽히는 기량을 갖고 있었던 이정후는 당시에도 예의 바르고 당당한 태도, 그리고 주위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이 돋보이는 학생선수였다.
하지만 아버지 이종범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여느 ‘야구인 2세 선수’의 유년 시절처럼 그 후광을 불편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게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에 대한 기자의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2017년 바로 그 신인왕 수상 당시 이정후는 “아버지가 선수여서 어렸을 땐 많은 추억이 없었다. 그 시간을 어머니가 채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어머니 정연희 씨에 대한 언급을 먼저 한 이후 “많은 분들이 제게 ‘아버지 무섭지 않으시냐? 엄하지 않으시냐?’고 물어보는데 난 태어나서 한 번도 혼난 적이 없다. 항상 친구같이 좋은 분이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수상 직후에도 이정후는 오히려 프로에 오고 나서 예전보다 훨씬 더 아버지와 편하게 야구 이야기를 하게 되고, 공감대가 늘면서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고도 했다. 증명에 대한 부담을 벗어던진 이정후는 훨씬 더 당당하게 ‘이종범의 아들’이란 타이틀을 받아들이며 선수 이정후로 자리 매김하고 있었다.
불과 1년만이었지만 소년의 얼굴에선 이제 어엿한 프로 선수의 모습이 엿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이정후는 어느덧 KBO 최고 선수인 동시에 리그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이정후의 말대로 이제는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호칭에서 그는 완전히 자유로워져야 한다. 한국야구 당대 최고의 선수 이정후면 충분하다.
또한 이정후의 짧은 수상 소감 안에는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에 대한 뜨거운 마음도 함께 담겨 있었다.
사실 이정후가 프로에서 성공하기 전까지는 항상 누군가의 아들로서 힘들었을 시간임은 분명하다. 많은 야구인 2세들이 이겨내지 못하고 스러지는 부담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정후가 어느덧 최고의 선수로 올라서게 되면서 이종범 LG 코치도 야구인으로서 더 자신의 몸을 낮춰왔다.
사석에서도 이종범 코치는 아들이자 선수인 이정후에 대해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자주 억누르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대견한 마음과 애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또 자신의 이름 대신 “와이프가 다 키웠다”며 아내 정연희 씨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며 부득부득 “나는 한 것이 없다”며 손을 휘젓곤 했다.
그런 이종범 코치가 한 야구인에게 다른 사석에서 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울렸던 적이 있다.
“내 야구 인생에서 이제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이종범이란 이름만 감사하게 지금처럼 팬들에게 명예롭게 기억됐으면 합니다.”
아들이 빛나는 별이 됐다고, 아버지가 어둠으로 몸을 감춰야 할 이유 같은 건 없다. 이정후의 말대로, 이제는 이종범 코치도 자신의 인생을 다시 살아도 충분할 것 같다. 더는 아버지의 그늘에 아들이 가릴까 봐, 혹여 자신이 아들의 빛에 조금이라도 티끌이 될까 봐 세인들의 앞에 서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정후의 아빠가 아닌, ‘바람의 아들’로서 말이다.
이정후의 MVP 수상이 이들 부자의 마음에 남아 있던 무형의 족쇄를 깨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도, 이정후의 아빠 이종범도 아닌 각자 야구인으로서 자유롭게 더 높은 곳으로 훨훨 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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