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월드컵 이벤트 안 보이네”… 조용한 연말 보내는 카드업계

이경탁 기자 2022. 11. 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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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가 오는 21일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과 연말을 앞두고 예년과 같은 대대적인 고객 할인 행사나 마케팅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를 보내고 있다. 최근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하는 등 리스크 요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사흘 앞둔 17일(현지시각) 카타르 도하의 한 건물 외벽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의 사진이 걸려있다. 중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은 오는 20일 막을 올린다./도하 AFP=연합뉴스

1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카드사는 올해 카타르 2022 월드컵 관련 이벤트를 실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월드컵을 앞두고 활발한 ‘엠부시 마케팅’을 펼쳐왔다. 엠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업체는 아니지만,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응원’ 광고 문구 등을 통해 월드컵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식 후원사가 아니면 광고에서 ‘월드컵’이란 단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카드사나 유통업체들은 직접적으로 월드컵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대신 다양한 엠부시 마케팅으로 대회 기간 중 소비자들을 공략해 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만 해도 카드사들은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먹거리 할인과 다양한 경품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월드컵 개최지는 비교적 한국과 가까운 카타르다.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 시간대도 밤 10시(우루과이전, 가나전)와 새벽 0시(포르투갈전)로 소비 특수를 노릴 만한 시간이지만, 카드사들은 이를 포기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줄여야 해 월드컵 관련 이벤트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피파의 엠부시 마케팅 규제도 강화되고 동종 업계사인 비자가 메인 스폰서다보니 월드컵 관련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손흥민이 광고모델인 하나금융 계열사인 하나카드도 마찬가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그룹사 모델인 손흥민을 통해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겠지만, 현재 관련한 이벤트나 마케팅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카드업계 일각에선 한국 국가대표팀 성적이 좋을 시 뒤늦게 월드컵 이벤트를 펼칠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열린 논술에 응시한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친 뒤 고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카드업계는 지난 17일 진행된 2023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행사나 이벤트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매년 수능 전후로 수험생은 물론 수험생 가족에 대해 자동차학원·문화공연·미용·외식·여행 할인 혹은 경품 추천 이벤트를 진행해 왔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 확산 중이었던 지난해 11월만 해도 카드사들은 수능일을 전후로 대학 등록금부터 여행, 외식 지원금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곧 성인이 될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을 미래 고객으로 끌어들여 시장점유율 확보할 기회가 바로 수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수능에선 KB국민카드를 제외하고는 카드사들의 이벤트나 마케팅을 찾아볼 수 없었다. 카드사들은 오는 25일 블랙프라이데이와 다음달 크리스마스와 관련 마케팅도 예년보다 대폭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카드업계가 연말 이벤트 마케팅 비용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최근 계속되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재무 위험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으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부도 사태 등으로 채권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이다.

카드사들이 주로 조달하는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올해 초 연 2.420%에서 이달 초 6%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카드사들은 이벤트 축소를 넘어 기존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축소하고 배송비 할인, 캐시백 혜택도 대폭 줄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 금리 상승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데, 카드사들을 위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업계가 전체적으로 긴축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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