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서 걸그룹 오디션 펼쳐진다

정주원 2022. 11. 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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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28일 '소녀리버스' 공개
VR·모션캡처로 가상세계 구현
진행자·관객도 아바타로 참여
기술적 의미 있지만 대중성 의문
버추얼 걸그룹 경연 예능 '소녀리버스'가 28일 첫방송된다. 【사진 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가상현실(VR)에서 펼쳐지는 걸그룹 오디션이 온다. 일부 등장인물만 인공지능(AI), 아바타 등으로 구현하던 기존 버추얼 방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행자와 가수, 관객까지 VR에서 만난다. 메타버스 열풍 이후 본격적으로 기술과 K팝·방송의 결합이 이뤄지는 흐름이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메타버스 버추얼 서바이벌 오디션 '소녀리버스'를 이달 28일 카카오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다. 현실 세계에서 이미 걸그룹으로 데뷔한 경험이 있는 여성 가수 30명이 가상 세계 '더블유(W)'를 배경으로 최종 5인 데뷔조에 들기 위해 경쟁하는 구도다. 이들은 현실에서의 모습과 이름 등 정체를 가린 채 참가한다. 이들을 대신할 아바타는 미소녀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구현됐다. 아바타마다 각기 다른 스토리도 보유했다. 단, 아바타 목소리와 행동만큼은 본체 가수의 것을 그대로 녹음이나 모션 캡처 등으로 따왔다. 아바타는 일종의 '부캐(부 캐릭터)'인 셈이다.

캐릭터 스토리는 VR라서 가능한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설정들로 매력을 더한다. 머리에 문어를 얹고 바다 한가운데서 노래하는 '무너', 숲속에서 야생동물 레서판다와 소통하며 노래하는 '크앙', 얼음별 출신 피겨 스케이터 '세라' 등이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녹화 현장에는 서로를 알 수 없도록 작은 부스가 30여 개 마련돼 있고, 참가자들은 온몸에 VR 기기를 착장한 채 가상 세계에 로그인해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오디션 예능의 필수 요소인 진행자와 연예인 패널, 관중 등도 모두 아바타 형태로 가상 세계에 접속해 녹화에 참여한다. 참가자의 팬이라면 직접 VR에서 참가자와 소통할 수 있는 셈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이미 일부 10·20세대에선 인기 문화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난해 데뷔한 버추얼 6인조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은 데뷔곡 '리와인드'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1100만회를 넘겼다. 4인조 남성 그룹 '레볼루션 하트'도 있다. 현실 세계 인간이 버추얼 캐릭터로 활동하는 흐름은 가령 2019년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선보인 인형 탈 캐릭터 '펭수' 사례를 떠올려볼 수 있다. 인간이 인형 탈 안에서 펭수를 조종하지만, 자신을 남극에서 온 EBS 연습생이라고 주장하며 결국엔 그 세계관을 대중에게 납득시킨 것처럼 말이다. 버추얼 아이돌과 팬덤도 본체의 정체를 궁금해하기보다 캐릭터와 세계관 자체에 몰입한다.

소녀리버스 총괄 연출은 앞서 1인 인터넷 방송을 예능화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박진경 책임프로듀서(CP), '퀸덤' 등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을 만든 조욱형 CP가 함께 맡았다. 박 CP는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등에서 이미 버추얼 아이돌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버추얼 캐릭터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우리나라 K팝 아이돌의 훌륭한 보컬, 댄스 실력을 버추얼 캐릭터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 CP도 "현실에서 활동할 때 자신의 실력과 매력을 충분히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들이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존 현실 세계에서도 가능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굳이 VR로 구현한 점에 대해 조 CP는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상대가 누구든 동등하게 어울리고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서바이벌 예능과 확실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진보라는 의의를 넘어 이 같은 시도가 대중성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가수의 정체를 아바타로 숨기는 형태로 된 경연 프로그램은 올해 몇 차례 전파를 탔다. MBN '아바타싱어', TV조선 '부캐전성시대' '아바드림' 등은 무대 뒤에서 실력파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만 현실 무대에는 아바타를 합성해 내보냈다.

다만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1% 전후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아직까진 현실 무대 위에 가상 아바타가 올라와 있는 '부조화', 3D 캐릭터 디자인이나 움직임 구현 등이 한계로 꼽힌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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