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바닥'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 줍줍할 실적株는 있다

코스피가 지난 9월 말 바닥을 치고 15%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이 바닥을 치고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여의도에서 커지고 있다. 9월 하루 평균 7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주식 거래대금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에 이달 들어 9조~10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매일경제는 주식 관련 4대 지표를 통해 바닥론을 검증해봤다. 바닥론은 어느 시점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소 달라진다. 2018년 말 미·중 무역전쟁 당시와 비교하면 지난 9월이 바닥이지만 2020년 코로나19 쇼크 당시에 비해선 여전히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석의 근거는 4가지다. 바로 코스피 거래대금, 투자자(고객)예탁금, 신용거래융자(신용잔액),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거래대금은 대표적인 주가 후행 지표로, 특정 시점이 주가 바닥인 것을 확인하려면 2~3개월이 지나봐야 안다는 것이다. 코스피 거래대금은 3월만 해도 11조1000억원에 달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기준금리가 0.5% 수준으로 제로금리 시절이었는데 이때부터 미국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타나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이 나타난다.
미국이 지난 5월부터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쫓아가기 시작했고, 예·적금 선호도가 높아져 주식 매력도가 뚝 떨어졌다.
코스피 거래대금 역시 5월 평균 9조5000억원, 6월 8조9000억원, 7~9월 7조원대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코스피는 5월 말 대비 9월 말까지 4개월 새 19.7% 하락했다. 정확하게 9월 말 이후 코스피는 단기 바닥을 형성한 후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이달 거래대금과 고객예탁금도 덩달아 증가세다.특히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코스피 상승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자금은 수익률의 냄새를 맡아 미리 움직인다.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투자자들이 맡겨놓은 돈인 고객예탁금 중 신용잔액 비율은 시장의 바닥과 빠른 머니무브를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 증권사들은 이 같은 '빚투'에 대한 담보비율을 120%로 적용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해 이 비율을 밑돌면 증권사들은 2거래일 이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강제매도(반대매매)에 나선다. 이런 제도 탓에 신용잔액이 어느 수준으로 내려가면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신호를 보낸다. 전 세계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신용잔액과 고객예탁금 모두 증가했지만 그 비율만큼은 일정 수준을 유지해왔다.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급락한 2008년 12월 말 당시 신용잔액을 예탁금으로 나눈 값(신용잔액 비율)은 16.3%였다.
유럽 재정위기가 휩쓴 2011년에는 코스피가 7월 초 대비 2개월 새 22%나 급락했는데 당시 9월 말 신용잔액 비율이 22.5%로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내내 주식시장을 지배한 2018년에는 같은 해 12월 말 이 비율이 37.9%였다.

신용잔액 비율은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월 15.3%까지 낮아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전 저점을 경신한다.
당시 이 지표를 지켜보면서 현금을 쌓아놓은 투자자들은 '빚투족'이 반대매매를 당할 때 정반대로 매수에 나서 수익률을 극대화했다. 올해 코스피가 단기 바닥을 형성한 지난 9월 말에는 신용잔액 비율이 33.8%로, 2018년 위기 때(37.9%) 보다는 낮고 코로나19 위기 때(15.3%)보다는 높다. 코스피 PBR 기준으로도 지난 9월 말은 2018년 때보다는 낮은데 코로나19 저점보다는 높았다. PBR는 주가가 순자산 대비 몇 배 수준으로 거래되는지를 뜻한다. 여기서 순자산은 총자본에서 부채를 뺀 값이다. 이 지표는 순이익 기준 평가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과 마찬가지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말한다.
PBR는 개별 기업은 물론 업종이나 코스피와 같은 국가 주가지수에도 적용 가능하며, 통상 1배 밑으로 떨어지면 매수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2008년 이후 5번의 위기 중 4차례나 코스피 PBR는 1배 이하로 하락했다. PBR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3월 말로 0.69배였다.
이 밖에도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2월·0.92배)와 미·중 무역전쟁(2018년 12월 말·0.83배) 때도 PBR와 주가가 거의 동시에 단기 바닥을 형성했다. 이번에 미국발 긴축 쇼크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면서 올 9월 말에는 0.79배로 떨어졌다. 이후 코스피 PBR는 10월 말 0.84배, 11월 14일 현재 0.9배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피 PBR가 0.9배까지 오른 마당에 이미 오른 주식보다는 시장 대비 낙폭이 과대한 실적 개선주를 찾아야 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올 4분기 실적 추정치(증권사 3곳 이상 평균)가 존재하는 190개 상장사를 분석했다. 이 중 올해 예상 실적 기준 PBR가 0.9배를 넘어 코스피보다 고평가된 95개 상장사를 제외했다. 그리고 4분기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곳도 투자 유망 기업군에서 뺐다. 여기에 최근 1년 최고점 대비 이달 14일까지 주가 하락률이 시장 하락률(코스피 -18.3%)보다 덜 하락한 종목도 제외했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시장보다 더 많이 하락했지만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된 종목을 28개로 압축할 수 있다. 28개 기업을 올 4분기 예상 영업이익 기준으로 줄 세우면 현대차그룹과 금융지주가 상위권에 들어온다. 먼저 현대차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939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89.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PBR는 0.53배에 불과해 코스피(0.9배)에 비해서도 크게 저평가돼 있다. 현대차 '아우' 격인 기아 역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주가 변동성에 따라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또 다른 현대차그룹 계열사 현대모비스 역시 올 4분기에 최고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경우 역발상 투자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KB·하나·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최고점 대비 20% 이상 급락했는데 이들 주가가 하락할수록 배당수익률은 높아진다.현재 주가 수준에선 3곳의 금융지주 배당수익률이 8~9%에 달한다. PBR 수준도 0.28~0.38배로 저평가된 상태다.
[문일호 엠플러스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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