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당뇨병 찾는 ‘당화혈색소’ 성인 10명 중 6명 “그게 뭐죠?”
기준 적용하면 환자 75만명 늘어
의료계 “국가검진 포함 필요”
50대 초반의 직장인 ㄱ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8시간 이상 금식 후 채혈 검사)이 127㎎/dL이 나왔다. 6개월 전에는 125였는데 어느새 공복혈당의 당뇨병 진단기준(126 이상)에 진입했다. 하지만 ㄱ씨는 약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의미하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5.9였다. 당화혈색소의 당뇨병 진단기준은 6.5 이상이다. ㄱ씨는 공복혈당이 일시적으로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있어 재검을 받을 예정이다.
공복혈당은 전날 식사나 신체 상태,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공복혈당보다 당화혈색소를 더 중요한 진단 기준으로 삼는다.
대한당뇨병학회가 최근 국내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당뇨병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의 64.4%는 당화혈색소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 당화혈색소는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의 핵심 지표로, 학회는 “공복혈당만을 당뇨병의 진단 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많은 환자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뇨병 비진단자가 자신의 공복혈당 수치를 알게 된 경로(복수응답)는 국가건강검 (62.8%), 병원검사(29.1%), 자가혈당측정기(21.2%)였다. 자가혈당측정기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설문 결과는 지난 14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보건복지위원장) 주최, 당뇨병학회-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공동주관으로 국회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 발표됐다. 학회에 따르면, 당뇨병의 진단 기준으로 공복혈당만 사용하면 당뇨병 환자수는 약 495만명으로(유병률 14.5%) 추산됐다. 그러나 당화혈색소까지 포함하면 환자수는 약 570만명으로(유병률 16.7%) 증가했다. 2020년 기준, 30세 이상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근거로 파악한 것이다.
원규장 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와 고위험군을 발견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 공복혈당만 포함되어 있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뇨병 진단을 받지 않은 경우나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약물 복용 등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는 당화혈색소 검사에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며, 이들이 의원급에서 당화혈색소 검사를 받으려면 개인 부담으로 1만원 정도를 부담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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