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의 힘 ‘코리안 패러독스’[기고]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들여 바람과 햇빛으로 수분만 증발시켜 만든 소금을 천일염이라고 한다. 우리 생활에 여러 분야에서 필수 불가결한 천일염은 건강에도 다양한 효능을 미친다.
필자의 연구팀이 직접 수행한 연구 중 대표적으로 천일염과 비만, 천일염과 대장암 관련 연구가 있다.
천일염은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생쥐에게 국산 천일염을 먹였더니 비만 상태가 크게 개선됐다. 우리는 천일염이 생쥐의 비만 관련 유전자를 조절해 비만을 예방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천일염의 쓴맛 성분인 마그네슘 함량을 줄였더니 비만 예방 효과가 극대화했다.
천일염이 대장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사실도 우리 연구팀이 처음 밝혀냈다. 특히 씻고 탈수한 천일염의 암 예방 효과가 가장 좋았다. 우리는 일부러 대장암을 유도한 생쥐를 이용해 실험했다. 전남 신안군에서 생산한 천일염은 대장암 억제 효과가 특히 높았다. NK세포, 즉 자연살해세포의 활성도 또한 높였다.
우리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천일염으로 절인 김치의 대장암 세포 억제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시험관 내 실험을 수행했다. 그 결과 국산 천일염으로 절인 김치의 대장암 세포 억제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천일염을 사용해 만든 간장을 섭취해도 대장암 억제 효과가 나타난다는 사실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수입 천일염에선 대장암 억제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게랑드 천일염에선 비만이나 암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견할 수 없었다.
천일염이 혈압을 올릴 것이라고 여긴다면 천일염 입장에선 매우 억울한 일이다. 소금이 혈압을 높이고, 면역력을 낮추며, 심장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지만, 이런 연구는 대부분 천일염이 아니라 일반 소금을 사람이나 실험동물에 먹여 얻은 결과다. ‘소금 섭취 제한이 심장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등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마그네슘·칼륨 등 미네랄이 풍부한 국산 천일염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당뇨병 예방),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예방하며,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 제거를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김치·된장·간장 같은 전통 발효식품을 제조할 때 천일염을 사용하면 ‘코리안 패러독스(한국인의 역설)’가 나타날 수 있다.
필자를 비롯해 국내에서 소금을 연구하는 학자가 만든 용어인데, ‘프렌치 패러독스’(프랑스인의 역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프렌치 패러독스의 핵심이 적포도주라면, 코리안 패러독스의 요체는 천일염이다.
김치·된장·간장·고추장 같은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을 천일염을 사용해 만들면 발효가 일어나는 동안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같은 유익균과 포스트 바이오닉스(발효 산물) 등이 작용해 소금의 해로운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이 코리안 패러독스이다.
코리안 패러독스가 널리 알려져 태양과 바람의 선물인 국산 천일염의 세계화를 위한 우리 정부(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노력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박건영 차의과학대학교 통합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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