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못받는 돌봄 노동자…“아파도 못 쉬고 수입은 예측 불가”

장현은 2022. 11. 18. 15:5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9년차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이문인(52)씨는 장애인 자녀를 홀로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3월에는 이씨가 활동보조를 하는 수급자 장애인이 코로나에 걸려 7일간 일을 하지 못했다.

며칠 뒤에는 이씨 가족이 확진됐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서비스를 거부해 7일간 일을 못 나가 한 달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돌봄노동의 실태와 노동권 보장 &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 모습. 장현은 기자

9년차 활동지원사로 일하고 있는 이문인(52)씨는 장애인 자녀를 홀로 키우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지난 3월에는 이씨가 활동보조를 하는 수급자 장애인이 코로나에 걸려 7일간 일을 하지 못했다. 며칠 뒤에는 이씨 가족이 확진됐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서비스를 거부해 7일간 일을 못 나가 한 달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

코로나 시기의 일만은 아니다. 수급자의 병원 입원과 여행, 집안 행사로 인한 ‘서비스 중지’는 다반사다. 이씨는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요즘, 한달 수입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또 역으로) 대체인력이 없다 보니, 이용자가 돌봄을 원할 때는 내가 몸이 아파도 집안에 상이 나도 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노동에 대한 관심은 많아졌지만, 여전히 돌봄노동 현장은 ‘돌봄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돌봄노동의 실태와 노동권 보장 및 제도개선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는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과 정책적 과제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발제자로 나선 박주영 민주노총 법률원 부원장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가 불분명한 돌봄노동자의 경우, 노동법령에 명시된 최저 노동조건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는 불안정한 지위에 있다”며 “포괄임금이나 탄력근로제 등으로 가산수당을 미지급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소 노동시간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월 최저임금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이 올해 4∼6월 돌봄노동자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정규직은 8.3%, 계약직이 91.7%로 고용불안이 심각한 상황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74.4%)과 고용불안(61.2%)을 가장 힘든 점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여한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사용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 필요하다”며 “‘공공성’이란 개념 확보하고, 국가가 적어도 (노동자들과) 교섭에라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육교사, 아이돌보미, 정신보건전문요원 등도 참여해 현장 상황을 전했다. 민간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는 함미영씨는 “17만명의 민간·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90%가 같은 자격증, 같은 업무, 같은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국공립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최저임금만을 받으며 근무한다”며 “(어린이집의 CCTV는) 학부모와 원장의 무분별한 열람과 근태감시 등 목적 외 사용으로 보육교사의 괴롭힘 도구로 사용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주상현(43)씨는 “10월29일 참사(이태원 참사)에 가장 많이, 아무런 조건 없이 전화를 받아가며 대국민 상담을 한 곳이 정신건강복지센터이다. 세월호나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라며 “병원에서 그런 일을 하면 지원금을 받지만,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여기고, 어떤 인센티브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이날 토론회에서 “상시적으로 매년 같은 업무를 하니까,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는 식으로 법적 지위가 바뀌어야 한다”며 “숙련이나 자격, 위험도 등을 고려해 직무가치를 평가하고 그에 맞춰 급여를 산정하는 임금체계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노정교섭에 나서서 기본안을 만들고 지역적, 업종별로 사업장과 교섭에 나서서 이런 부분을 바꿔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