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예바 자격정지 4년 위기에 러 피겨연맹 회장 '급사'

김태훈 2022. 11. 1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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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선수 자격정지 4년 중징계 위기에 처한 가운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연맹(FFKKR) 회장이 갑자기 숨져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체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맹주였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사실상 퇴출된 데 이어 간판인 발리예바마저 선수 생명이 끊길 수도 있게 된 엄혹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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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 스타' 고르쉬코프, 76세 일기로 갑자기 사망
체육계 "발리예바 도핑 의혹 충격으로 건강 악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카밀라 발리예바(16)가 선수 자격정지 4년 중징계 위기에 처한 가운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연맹(FFKKR) 회장이 갑자기 숨져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체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일각에선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맹주였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사실상 퇴출된 데 이어 간판인 발리예바마저 선수 생명이 끊길 수도 있게 된 엄혹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11년 당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최 대회에 참석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연맹(FFKKR) 회장 알렉산드르 고르쉬코프(가운데)의 모습. 그 왼쪽으로 당시 러시아 총리이던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러시아 FFKKR 회장인 알렉산드르 고르쉬코프가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FFKKR은 구체적인 사인은 공개하지 않은 채 고인이 “급사했다”(died suddenly)고만 밝혔다. 오랫동안 앓아 온 지병이 있거나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고인은 2010년 FFKKR 회장을 맡아 무려 12년간 재직했기에 젊은 세대 사이에선 ‘체육행정가’로 통하지만 왕년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스타였다. 젊은 시절 소련(현 러시아)의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던 고인은 1976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이 종목에서 수년간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을 휩쓸며 사실상 ‘황제’로 군림했다.

러시아 정부는 고인을 “뛰어난 운동선수이자 올림픽 챔피언이며 소련 및 러시아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수천명을 길러낸 멘토이자 스승”이라고 부르며 애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 역시 “고인은 평생을 피겨스케이팅에 바쳤다”며 “러시아와 세계 피겨스케이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매우 소중하다”고 평했다.

문제는 고인이 왜 갑자기 사망했느냐다. FFKKR가 ‘급사’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고인은 얼마 전까지도 건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체육계에선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유망주 발리예바가 사실상 퇴출 위기에 놓인 것이 고인을 충격에 빠뜨렸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카밀라 발리예바. 베이징=연합뉴스
발리예바는 올해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대회 기간 중 파문을 일으켰다. 2021년 12월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발리예바는 약물 복용 자기 주도권이 없는 16세 이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하진 않았다. 하지만 심적 부담이 워낙 컸고 또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았던 탓에 본인이 출전한 여자 싱글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4위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그런데 올림픽 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발리예바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다. WADA는 “2021년 12월24일 이후 발리예바가 거둔 모든 대회 성적을 취소해달라”며 선수 자격 4년 징계도 함께 요구했다. CAS는 지난 14일 홈페이지를 통해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발리예바에게 선수 자격정지 4년이란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타계한 고르쉬코프는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발리예바의 결백을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 스포츠계에서 ‘왕따’가 되었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국제대회에 자국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의 간판인 발리예바마저 4년간 선수 자격을 정지당할 위기에 놓이자 고인의 실망감은 엄청나게 컸다고 한다. 러시아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발리에바를 둘러싼 도핑 스캔들이 고르쉬코프의 건강에 크나큰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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