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학대 예방 약속했지만…"계획도 예산도 없다"

서진석 기자 2022. 11. 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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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내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비장애 아동뿐 아니라 장애아동에 대한 학대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최소한의 안식처인 쉼터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 인력까지, 세운 계획도 못 지키고 내년 예산에도 의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서진석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리포트]

세 살 민서(가명)는 뇌병변장애가 있습니다. 

한 시간마다 가래를 뽑아줘야 해, 부모의 손길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부모는 민서를 방임 학대했고, 결국 태어난지 8개월 만에 민서는 부모로부터 분리됐습니다.

이후 민서가 2년 넘게 생활한 곳은 아동양육시설, 이른바 보육원입니다.

인터뷰: 이은영 원장 / '강남드림빌' 아동양육시설

"(아동양육시설엔) 장애 전문가는 사실상 없어요. 거의 다 사회복지사거든요. (장애인들도) 장애에 맞게 케어(치료) 받아야 될 부분들이 있잖아요. 근데 그 케어가 안 되고…."

장애아동을 위한 보호시설은 현재 한 곳도 없습니다.

EBS 취재 결과, 정부는 지난 7월까지 학대피해장애아동만을 위한 쉼터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매년 100명 넘는 장애아동이 학대를 당하는데, 일반 학대피해쉼터로 가야합니다. 

정부는 학대피해아동쉼터를 올해 36곳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신설된 쉼터는 5곳에 불과했습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

"민간 위탁도 받고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 이런 데 들어가는 기간이 필요하더라고요."

학대 양육자를 관리할 인력도 문젭니다.

아동학대는 3년 만에 50% 넘게 급증했는데, 양육자와 아동을 상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30%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일부 지역의 상담원은 1인당 80건 넘는 사례를 관리하기도 합니다. 

양천아동학대사건, 이른바 정인이 사건 때 상담원이 100건 가까운 사례를 관리하던 때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인터뷰: 윤채원 관장 / 울산광역시아동보호전문기관

"전문성을 축적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하는 데 있어서 좀 더딘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죠. 그러면 결국에는 아동학대 사례 관리 전반적으로 서비스 질 저하가 올 수밖에 없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아동학대는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고, 모든 지자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하겠다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지금보다 2배가량 늘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취임 이후 국정과제에도, 내년 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신현영 의원 / 더불어민주당(보건복지위)

"윤석열 후보 때 발표했던 공약들이 이번 국정과제에 반영되지 않았고요. 예산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서 윤석열 정부의 아동학대 예방 의지는 매우 박약해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과제도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 실현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

정부의 안일한 대응 속에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어린이 그리고 장애아동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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