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검찰과 ‘거래 시도’ 드러나…왜 자백했나 뜯어봤다

손현수 2022. 11. 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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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사업 수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눈 검찰 수사에 협조 자세로 돌아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 ‘불구속 거래’를 시도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검찰이 증거인멸교사죄를 자백하는 유 전 본부장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검찰로서는 대장동 본류 수사에서 180도 입장을 바꾼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쌓기 위해 자백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검찰-유동규 사이 거래 의혹을 들추는 결과가 됐다.

검찰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유 전 본부장의 사실혼 배우자 ㄱ씨의 증거인멸 사건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최근 (증거인멸)교사 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진술서를 재판부에 추가 증거로 제출했고,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이 증거인멸을 자백한다는 취지인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기 직전 ㄱ씨에게 연락해 자신이 맡긴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로 올해 4월 추가 기소됐다. 유 전 본부장은 그동안 수사 과정이나 재판에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부인했었다. ㄱ씨도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버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증거인멸 의사는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었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이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ㄱ씨 변호인은 “솔직히 말하면 유 전 본부장의 진술서 내용은 그가 지금까지 해온 진술과 상반돼 혼란스럽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법원도 유 전 본부장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주 부장판사는 “(입장 변화에)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 유 전 본부장 수사기록을 보니 자신이 구속된 뒤 검찰과 딜을 하더라. 휴대폰을 갖다 줄 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휴대폰을 지인에게 맡겨놨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해 검찰에 증거물 거래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주 부장판사는 “실제로 증거를 인멸할 것이었으면 본인이 직접 해도 됐는데 굳이 ㄱ씨에게 부탁한 점이 이상하다. 휴대전화에 실제로 중요한 증거자료가 있다면 본인의 방어 수단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버리라고 지시한 점 자체도 이상하다”고 했다. 본인의 범죄 혐의를 직접 없애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검찰에 거래를 시도할 정도의 증거가 있다면 이를 없앨 이유도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이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사건 수사 전 과정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출석 요청에 잘 응하지 않고, 혐의도 계속 부인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달 구속기한 만료 석방 전후를 기점으로 입장을 바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검찰 수사 협조 대가로 석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토대로 이 대표 등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증거인멸 재판에서 불리함을 무릅쓰고 기습 자백을 한 것은 진술 신빙성 확보 전략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대표 등을 향한 본류 사건 진술도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기초 쌓기라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의 범죄 혐의를 자백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검찰에 진술한 (이 대표 쪽) 내용도 모두 진실이라는 점을 법원에 어필하려는 모양새다. 배임은 법리적 판단이 중요한 혐의이고, 증거인멸은 팩트가 중요한 혐의다. 상대적으로 작은 혐의인 증거인멸을 인정하면서, 검찰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자신의 진술 신빙성도 쌓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18일 재판에 출석한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혐의를 부인하는 정진상 실장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검찰에 ‘불구속 수사 거래’를 시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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