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한국 기술 ‘잉여분출’ 기회 될 사우디

2022. 11. 18.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경제학의 한 분야인 국제무역론의 이론 중 '잉여분출설(vent-for-surplus approach)'이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와 그동안 축적된 우리 기업들의 기술이 잉여분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기술 잉여분출'을 도와줄 수 있는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경제학의 한 분야인 국제무역론의 이론 중 ‘잉여분출설(vent-for-surplus approach)’이 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마(미얀마)의 경제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민트가 1958년에 발표한 책 ‘국제무역의 고전적 이론과 저개발국’에서 제시한 무역 이론이다.

민트는 식민지국이 어떻게 해서 무역을 시작하게 됐는지 설명하기 위해 이 이론을 사용했다. 식민지로 있는 저개발국에 광범위한 실업 생태가 존재하더라도 그 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잉여재화나 잉여자원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다. 어떤 계기로 잉여자원이 활용될 수 있는 국제 경제 환경이 조성돼 그 잉여자원의 상대가격(교역 조건)이 좋아지면 그 자원은 마치 화산의 용암처럼 분출돼 경제를 저개발 상태에서 벗어나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월트 W 로스토가 말한 개발도상국 경제의 ‘이륙(take-off)’이 가능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북한의 잇단 도발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안게 돼 위기론이 부상하고 있다. 먼저,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연속적인 금리 인상, 원화의 평가절하 속에 수출은 5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침체로 가장 큰 교역 상대국과의 무역이 축소 일로이며, 미·중 경쟁으로 우리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으로 총사업비가 5000억 달러(약 663조 원)에 이르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과 사우디의 투자부(部)는 17일 총 20여 건에 이르는 투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한다. MOU마다 예정된 사업비가 조(兆) 단위로, 총 290억 달러(약 38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이 네옴시티에 주목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주택건설부터, 사회간접자본(SOC), 모빌리티, 정보기술(IT) 등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을 잉여분출시킬 수 있는 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동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저가(低價) 수주나 공기(工期) 단축 요구 등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총 20여 건의 투자 업무 협약이 공기업과 민간기업에 나뉘어 있어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기술을 잉여분출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곧, 우리 경제가 현존하는 복합 불황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잉여분출’이 필요하다. 마침 기술정보 서비스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따르면 ‘세계 1% 과학자’에 선정된 한국인 과학자가 70명(일본은 90명)으로 2015년의 24명에서 크게 늘었다고 한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1%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우수한 인재와 그동안 축적된 우리 기업들의 기술이 잉여분출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기술 잉여분출’을 도와줄 수 있는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