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야당 ‘李 방탄’ 아닌 플랜B 준비할 때

2022. 11. 1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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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꾸리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는 개인 비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민주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민주당 구성원들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제도화 수준이 낮은 것이다.

만일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 덕분에 사법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지지세를 바탕으로 민주당 장악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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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은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까지 꾸리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는 개인 비리에서 비롯된 것이며 민주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이 대표 방탄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거대 정당의 처신으로 타당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당한 국가권력으로부터 당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정서는 권위주의 시절 야당 탄압에 저항하던 정치 역사의 유산이다. 민주화 이후 3김의 사당(私黨)정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정당들은 전적으로 3김의 의지에 종속돼 있었다. 창당과 합당 등 정당의 모든 운명은 3김의 개인적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됐다. 따라서 그들이 사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정당 위기와 다름없었다.

민주화 이후 35년이 지난 지금의 정당은 더는 정치인 개인에 의해 당의 운명이 결정되는 수준의 기구가 아니다. 제도화 수준이 높은 정당이다. 제도화된 정당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당 대표로서 정당을 이끌 것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 대표라는 직책이 정당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선진화된 정당은 정당 지도자 개인의 리더십에 의존하지 않는다. 민주당 구성원들이 이 대표와 민주당이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의 제도화 수준이 낮은 것이다.

대선 패배 후 이 대표의 정치 행보는 본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 대표가 되면서 민주당은 선택의 여지 없이 이 대표의 방어막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도가 돼 버렸다. 만일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 덕분에 사법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지지세를 바탕으로 민주당 장악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결국, 이 대표는 위기 속에서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셈이고,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면 더 강한 당내 리더십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닥치고 이 대표 지키기’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없다. 민주당은 최대 손실의 최소화(mini-max regret)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즉, 가장 나쁜 결과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 손실의 최소화를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으로서 최악의 결과는 법원에서 이 대표를 유죄로 판단하는 것이다. 검찰의 자신감을 볼 때 이 대표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이 대표가 기소되고 재판 단계로 넘어가면 법원의 판단을 구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그때까지 민주당은 만사를 제쳐 두고 이 대표 지키기에만 매달릴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다면 검찰을 비난하던 방식으로 법원의 결정을 비난하고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대표는 항소하겠지만 더는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 대표의 사법 처리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민주당은 지금처럼 무조건 이 대표를 감싸는 일 외에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 어떤 단계까지 이 대표에 대한 지지를 유지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지지 철회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공당으로서 민주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 상당수의 지지를 받는 공적 기구다. 특정인 아닌 다수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치의 장에서 논의되도록 국민과 국가를 연결하는 기능을 할 때 존재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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