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내조에, 아들 뒷바라지…"엄마는 아들 MVP가 더 뿌듯하네요"

권혁준 기자 2022. 11.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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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어머니 정연희씨…"더 큰 목표 가지고 달려야"
"야구선수 사위 싫었지만, (고)우석이는 좋아"
키움 이정후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MVP와 타격 부문 타율상·타점상·안타상·장타율상·출루율상을 수상 후 트로피를 응시하고 있다. 2022.11.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BO리그 최초, 어쩌면 세계 최초일지도 모를 부자(父子) 최우수선수(MVP). '바람의 아들' 이종범(52) LG 트윈스 코치의 아내로서,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어머니로서, 두 MVP를 내조하고 뒷바라지했던 어머니 정연희씨(51)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정후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유효 107표 중 104표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MVP에 올랐다.

2017년 데뷔 이후 6번째 시즌만에 프로야구 최고의 별로 떠오른 이정후는 1994년 MVP를 받은 아버지인 이종범(당시 해태)과 부자 MVP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두 번의 MVP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정연희씨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믿어지지 않고 감사한 마음만 든다"며 "지난해 부자 타격왕도 감사한 기록이었는데 MVP는 정말 생각지 못했던 상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영광이지만, 굳이 비교하면 아들의 MVP가 더 기분좋다고도 했다.

정씨는 "남편은 이미 프로선수가 된 후 만난 것이었고,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함께 만들어온 거라 더 기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빠는 친구를 좋아하고 즉흥적인 면이 많은데, 정후는 철두철미하게 자기 관리를 한다. 그 부분은 아빠보다 낫다"며 웃어보였다.

사실 부자 MVP는 일찌감치 무산될 수도 있었다. 이정후가 처음 야구를 시작하겠다고 할 때, 아버지 이종범 코치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이정후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고, 이정후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아버지 몰래 야구부 테스트(시험)를 본 것이 부자 MVP의 첫 발걸음이었다.

당시를 돌아본 정씨는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남편은 정후가 야구선수되는 것을 싫어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 MVP를 받는 선수로 성장했으니, 남편도 이제는 정후를 야구선수로 키우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들의 MVP 수상이 감격스러운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주변에서 MVP 수상할 거라고 이야기해도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지켜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이뤄지고 나니 꿈만 같다"면서 "야구시키는 엄마들에게는 가장 바라는 순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의 어머니 정연희씨(왼쪽)와 여동생 이가현씨.

야구선수의 엄마로 사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어린 아들의 자기관리를 돕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쓴소리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정후의 경우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아버지를 두고 있었기에 좀 더 엄하게 키울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정후에게는 '아빠가 있으니까 항상 너가 참아야 한다'고 얘기한 게 생각이 난다"면서 "엄하게 키운 편인데 그래도 정후가 훌륭하게 잘 커줬다. 감사할 일이다"라며 웃었다.

이정후는 MVP를 받은 뒤 시상대에 올라서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오늘을 계기로 내 야구 인생은 내 이름으로 살아가겠다"면서도 "엄마 옆엔 내가 있으니 늘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더이상 잘 할 것이 없다"면서도 뿌듯한 마음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는 "프로에 입단할 때까지만 엄마가 도와준 것이고, 그 이후엔 정후가 알아서 다 한 것이니 내가 고마워해야한다"면서 "앞으로도 본인의 일에서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까지 치르면 해외 진출 자격이 생긴다. 이정후 스스로도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공공연하게 목표로 삼아왔고, KBO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성공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씨에겐 해외 진출 또한 처음은 아니다. 이종범 코치가 결혼 2년차인 1998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하면서 4년간 해외에서 내조를 한 경험이 있다.

정씨는 "그때는 너무 준비 없이 갔기 때문에 어쩌면 실패가 당연한 것일 수도 있었다"면서 "이제는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것인 만큼 저도, 남편도, 정후도 많이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후가 아빠보다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있는만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준비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달려갔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한편 정씨는 올겨울 또 한 명의 야구선수가 가족이 된다. 이정후의 여동생인 이가현씨가 결혼하는 LG 트윈스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사위로 맞아들이게 된다.

정씨는 "사실 몇 년 전에 야구선수 사위는 싫다고 했었는데, 딸이 (고)우석이와 만난다고 들었을 땐 기쁜 마음이 먼저였다"면서 "워낙 어렸을 때부터 봐왔고 성품을 잘 알고 있다. 우리 가족에게도 큰 선물"이라며 미소지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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