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 초토화 우크라 경제난 심각…러도 침공 9개월만 경기침체 진입

강영진 기자 2022. 11. 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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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러의 기반 시설 초토화로 국민 기본생활 지원 큰 과제
막대한 지원 필요하지만 경제침체로 서방 지원 줄 우려

[헤르손=AP/뉴시스]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 주민들이 드니프로강에서 물을 긷고 있다. 2022.11.1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대대적 공격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큰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는 기고문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17일(현지시간)자에 실렸다. 글쓴이는 컬럼비아대 전쟁과 평화 살츠만 연구소 선임 연구원 라자 메논 박사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사비 외에도 시민들의 물자 부족도 감당해야 한다. 겨울이 오고 러시아가 핵심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면서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하루에만 90발의 미사일을 쏘아댔다.

우크라이나가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푸틴의 군대만이 아니다. 푸틴의 기반 시설 공격 피해를 복구해야 하는 와중에 서방에는 경기 침체가 닥쳐 지원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전력 시설의 40%를 파괴해 전국을 암흑에 빠트렸다. 수도 키이우 시민의 80%에 수도 공급이 끊겼고 35만 가구가 정전됐다. 러시아는 인프라 공격을 멈출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은 생활 기반을 잃은 시민들의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 유엔 인도지원협력국 발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내 피난민이 600만 명이며 지난 2분기 실업률이 35%에 달했다. 2년 전 2.5%이던 빈곤율이 12월에 25%, 내년 말 50%가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어린이들에 전쟁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전쟁 피해의 전형적인 경로를 따라가고 있다. 오래 전쟁이 지속되면 전쟁 당사국들이 피폐해지고 전쟁이 끝나도 피해가 오래 지속된다. 우크라이나의 전후 재건 비용은 3490억 달러에서 75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더 피해가 커지면 이 비용도 늘어날 것이다. 압류된 러시아 자산을 사용하자는 주장이 있으나 실현되려면 수많은 법적 난관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모두 미래의 일들이다.

무엇보다 당장이 급하다. 세계은행(WB)은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가 올해 35% 감소할 것으로 평가했고 40%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는 기관도 있다.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려면 전쟁이 끝난 뒤 몇 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재정 적자는 매달 50억 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메우기 위해 서방국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비상 지원을 요청한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최근 현재의 재정 적자를 감안할 때 내년 우크라이나는 420억 달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에 더해 파괴된 발전소와 주택을 복구하는 비용이 170억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현 우크라이나 GDP의 30%에 가까운 금액이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는 대외 교역이 급감했다. 지난 9월말까지 무역적자가 2배 이상 늘어 61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총수출의 41%를 차지해 278억 달러였던 농산물 수출이 크게 줄었다. 러시아의 흑해 해상 수출로 봉쇄 때문이다. 농산물 수출이 재개됐지만 언제든 다시 가로막힐 수 있다. 재개 합의에 따른 수출 물량도 전쟁 이전의 절반 수준이다.

푸틴은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케르치 대교를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가 폭파한 뒤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을 우크라이나전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2017년 시리아에서 알레포에 대한 냉혹한 무차별 공격을 가했던 그를 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본격화하는 신호였다. 그가 임명된 뒤 러시아는 전력망, 댐, 상하수도 시설, 화력발전소 등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미 심각한 피해를 내고 있는 전력망 공격에 더해 러시아는 연료 공급선도 공격해 전력 생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내년 15억 달러의 전기를 수출할 예정이던 우크라이나가 외국의 전력 지원에 의존해야 하게 됐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이뤄져 왔다. 미 의회가 지난 3월과 5월, 9월에 승인한 인도 지원 및 경제 지원액만 200억 달러다. 군사지원까지 포함하면 540억 달러다. 미 정부의 지원은 지금까지 85억 달러였으며 추가로 45억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은 이보다 적은 110억 유로 지원을 약속했으나 집행된 금액은 아직 27% 수준이다. 그나마 EU의 지원은 미국처럼 무상 지원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차관이다. 올 중반기까지 영국이 지원한 금액은 16억 파운드이며 WB가 총 13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하고 지난 7월까지 60억 달러를 집행했다.

우크라이나가 처한 곤경을 감안하면 지원은 더 늘어나야 하지만 서방이 경제 위기에 처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경제 위기가 악화한 측면이 있다. 유로지역 국가들의 물가상승률이 10.7%에 달하고 발트해 3국은 20%를 넘었다. 미국은 7.7%, 영국은 11.1%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침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거나 우크라이나 경제가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은 국내 물가 상승과 실업률 증가 속에 정치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폴란드, 독일, 헝가리 등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을 수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유럽 전역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환영 분위기가 식고 있다.

IMF와 WB는 금리가 오름에 따라 부채 상환에 허덕이는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할 전망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미 심각한 적자 상태에 빠진 나라만 54개국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떠날 때까지 지원할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 377억 달러의 경제 및 군사 지원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지원 필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비록 전쟁에서 끈질기게 천재적으로 러시아군에 맞서온 우크라이나지만 전쟁이 야기한 경제 문제를 푸는 건 전투보다 어려운 과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경제도 심상치 않다. 2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가 줄어들면서 경기침체에 접어들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통계청은 올 3분기 러시아 GDP가 전년 동기 대비 4% 줄었다고 밝혔다. 2분기에도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서방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6400억달러(약 857조원) 중 절반가량을 동결했다. 1000여개 서방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대거 탈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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