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청산인도 경악한 FTX "최악의 기업 통제 실패"

인현우 2022. 11. 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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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코인) 거래소 FTX의 새 최고경영자(CEO)로서 파산 신청을 담당하게 된 존 레이 3세가 "내 경력 동안 이런 식으로 완전한 기업통제 실패와 신뢰할 만한 재무정보의 부재는 본 적이 없다"면서 회사가 엉망진창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레이는 회사의 감사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으며, 특히 FTX에서 채무 책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FTX 국제부문의 감사는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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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 FTX 파산 신청서
"신뢰할 만한 재무정보 없다, 감사 사무실 메타버스에"
"회삿돈으로 바하마에 직원 개인 명의 부동산 매입"
암호화폐 거래소 FTX 웹사이트와 스마트폰에 올라온 FTX 로고. AFP 연합뉴스

암호화폐(코인) 거래소 FTX의 새 최고경영자(CEO)로서 파산 신청을 담당하게 된 존 레이 3세가 "내 경력 동안 이런 식으로 완전한 기업통제 실패와 신뢰할 만한 재무정보의 부재는 본 적이 없다"면서 회사가 엉망진창으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존 레이는 과거 2001년 분식회계 스캔들로 유명한 천연가스 기업 엔론의 파산을 담당한 경력이 있다.

레이는 1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제출한 신청서에서 "시스템 진실성의 손상, 역외 규제감독의 부재, 소수의 개인에게 집중된 통제, 경영진의 경험 부족과 단순성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상황"이라고 FTX를 평가했다.

신청서의 구체적인 면면을 보면 FTX에 그동안 쏟아진 '고객의 자산을 유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이 나온다. FTX는 고객이 예치한 암호화폐 자산을 대차대조표에 기록하지 않았고, 암호화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은 단일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리했다. 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CEO와 게리 왕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사적으로 고객의 코인을 관리했다는 얘기다.

FTX가 기업으로서 보유하고 있는 현금 내역도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 레이는 회사의 감사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으며, 특히 FTX에서 채무 책임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FTX 국제부문의 감사는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FTX 자금 유용의 주체로 의심되는 계열사인 코인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는 뱅크먼프리드에 10억 달러, 공동설립자 니샤드 싱에게 5억 달러 이상을 감사 과정 없이 사적으로 대출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는 별개로, FTX란 기업의 자금을 사용해 바하마에 있는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명의를 임직원 개인 명의로 한 정황도 파악했다.

인사관리도 부실했다. 레이는 FTX에 누가 고용됐고 누가 계약관계인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고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FTX를 포함해 대부분의 계열사에서 이사회는 거의 열리지 않았고, 사내 대화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가 자동 삭제되는 개인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이뤄져,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설립자 뱅크먼프리드 "파산 신청 후회... 회사 살릴 수 있다"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워싱턴=AFP 연합뉴스

FTX의 파산 신청 결정과 함께 CEO에서 물러난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앞서 16일 온라인매체 복스를 통해 공개된 트위터 다이렉트메시지(DM) 인터뷰에서 "단 하나 후회하는 것은 파산 신청 결정"이라며 "여전히 자금을 동원해 기업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현재 FTX의 청산 절차를 FTX의 실제 설립자인 바하마 측 청산인을 통해 진행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크먼프리드는 복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대대적인 홍보 활동, 정치인 후원 등이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경영에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던 것은 "평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으며, 더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코인 시장에 합리적 규제를 도입하자며 정치권에 로비를 펼쳤던 행보와 달리 "규제 당국은 모든 것을 악화시키기만 한다. 그들은 고객을 결코 보호하지 못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TX는 공식 입장을 통해 "현재 바하마에 있는 뱅크먼프리드는 계속해서 변덕스럽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며 "그가 더 이상 회사를 대변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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