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곡물협정 4개월 연장…젤렌스키 “수천만 굶주림 벗어나”
우크라이나에 묶여 있던 곡물을 흑해 항로를 통해 내보내기로 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협정이 기한 만료 이틀을 앞두고 연장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는 18일부터 기존 협정을 원안 그대로 120일간 연장하는 방안에 17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유엔과 우크라이나는 1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러시아 측이 120일 연장안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지난 7월22일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운송하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되면서 전 세계적 식량난에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흑해함대와 자국민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며 지난달 말 곡물 운송 협정 파기를 예고해 다시 한 번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로부터 곡물과 식량, 비료를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흑해 곡물 협정을 이어가는 데 모든 당사자가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이스탄불의 공동조정센터(JCC)가 이날 밝혔다. JCC는 협정 관련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설치한 기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7월 협정 개시 이후) 선박 450척이 우크라이나산 곡물과 식료품 1100만t을 싣고 전세계로 향했다”며 “수천만명, 특히 아프리카인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우리 식량이 없을 때와 비교하면 식료품 가격도 매우 저렴해졌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엔과 우크라이나가 협정 연장 사실을 발표한 뒤에도 ‘아직 합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뒤늦게 외무부를 통해 연장 사실을 확인했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화학비료의 핵심 원료인 암모니아를 흑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하는 방안을 요구해왔으나 이번 연장 방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전쟁 포로들을 넘겨주지 않으면 이를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은 러시아 식량과 비료 수출을 막는 장애물을 없애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식품 수출의 35%를 맡았던 남부 미콜라이우 지역 항구들을 협정에 새로 추가하기를 요구했으나 이번 협상에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날 곡물 협정 연장 발표가 나온 이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밀과 옥수수 상품 가격은 1∼2% 하락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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