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 좋은사람들] 대중교통은 15만원, 안내산악회론 4만3000원

신준범 2022. 11. 1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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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3만 명… 안내산악회 중 가장 규모 커
천관산 정상 연대봉에서 본 장흥 앞바다. 억새와 부드러운 산세가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평일에 출발하는 천관산 안내산행 버스는 좌석을 꽉 채웠다.

"안내산악회의 대기업."

등산 마니아들이 좋은사람들 산악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안내산악회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가 크며, 홈페이지에 가입된 회원이 3만여 명으로 회원 수가 가장 많다. 평일과 주말 가릴 것 없이 전국 각지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으며, 가격이 합리적이고, 예약이 편리하다.

안내산악회를 이용한 경험은 있지만, '좋은사람들'은 처음이다. 먼저 홈페이지에서 산악회 일정을 살폈다. 평소 장거리 운전이 어려워서, 차량 회수가 어려워서, 당일에 다녀오기 힘들어서 못 갔던 산을 체험도 할 겸 다녀오기로 했다.

홈페이지를 둘러보면서 놀랐다. 직관적으로 이용하기 편하게 되어 있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세심하고 쉽게 안내하고 있어 듣던 대로 명불허전이었다. 버스 좌석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우등버스라 불리는 28인승 버스. 좌석이 넓고 쾌적하다.
매일 아침 6시 30분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가면 전국 각지로 가는 안내산악회 버스들이 줄을 잇는다. 왼쪽 라인의 버스들이 좋은사람들 산악회 버스다.

설악산을 가고 싶었으나 예약이 다 찼고, 예약 대기자도 10명이 넘었다. 대안으로 고른 산이 전남 장흥 천관산이다. 워낙 멀어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으로 다녀오기가 쉽지 않고, 지금쯤이면 억새가 장관일 것 같았다.

산행일 열흘 전인데 좌석이 2자리 남아 있어 얼른 예약했다. 홈페이지 회원 가입이 필요하나, 포털 사이트와 가입이 연계되어 있어 간단했다. 비용은 4만3,000원으로 계좌이체 방식이었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 편도 비용이 3만9,400원임을 감안하면 무척 저렴했다.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천관산 입구까지 군내 버스로 1시간 걸리고, 택시로 20분이면 닿지만 3만5,000원 정도 요금이 나오는 걸 감안하면, 비용이나 시간 측면에선 비교가 어려울 정도였다.

산행버스는 28인승 우등버스였다. 출발 3일을 남겨두고 빈 자리가 4~5좌석이 나와 1인 좌석으로 옮길 수 있었다. 좌석을 옮기는 것도 사이트에 댓글을 달거나 전화하지 않고, 클릭 몇 번으로 쉽게 옮길 수 있었다.

출발 며칠 전 자리가 여럿 나온 건, 취소 수수료(3,000원)가 출발 3일 전부터 있어 일단 예약부터 해놓는 사람들이 많아서였다. 2개월 전 산행 스케줄이 올라오자마자 예약하는 회원들이 적지 않아, 인기 산은 예약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출발지는 대체로 사당역이었다. 기자가 이용한 버스는 사당역을 출발해 양재역과 경부고속도로 죽전버스정류장, 신갈버스정류장에서 사람을 조금씩 태워 결국 28인을 가득 채웠다. 아침 6시 50분 출발이라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6시 30분 사당역에 도착했다. 출근 인파 사이로 등산 복장의 사람들이 보였다. 1번 출구를 나와 공영주차장에 들어서니 안쪽에 전국의 산으로 가는 버스들이 줄지어 있었다. 평일에도 이렇게 많다니, 순간 놀랐다.

안내산악회 버스 실내. 40인승 버스로 가는 산행도 있으므로 예약 시 확인해야 한다.
좌석마다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다.

다른 산악회의 버스들은 1~2대인데 반해 좋은사람들 산악회 버스만 5대 정도 출발 대기 중이었다. 배낭은 짐칸에 두고 버스에서 쓸 것만 챙겨 좌석에 앉았다. 우등버스라 의자가 넓어 편안했고, 자리마다 충전을 위한 콘센트가 있었다. 50대가 많은 것 같으나, 60~70대와 20~30대도 있었다. 평일의 출근 시간, 꽤 막힐 시간이지만 버스 전용차로로 경부고속도로를 경쾌하게 버스는 빠져 나왔다.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가는 산행이라 하면, 음주나 불륜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지만, 마스크 착용에 취식 금지, 대화 금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도서관 열람실마냥 버스 안은 조용했다. 버스는 휴게소에 한 번 쉬었다가 오전 11시 40분 전남 장흥군 관산읍 옥당리 어머니테마공원이 있는 천관산 입구에 닿았다.

천관산 도착 20분 전부터 오상엽 산행대장이 주의 사항을 일러 주었다. 등산 지도와 산악회 명찰 등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눠 주었고, 산행 코스와 하산 시간 엄수를 당부했다. 16시 05분까지 반드시 버스에 탑승해야 한다는 것.

원점회귀 7.4km 코스다. 금강굴을 거쳐 환희대에 올랐다가 정상인 연대봉에서 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코스. 4시간 25분의 시간이 있으니 시간당 1.8km를 걸어야 한다. 바닷가 인근 산답게 들머리 고도가 84m, 정상은 724m, 고도 640m를 올려야 했다. 점심 먹는 시간을 감안하면 여유를 부리는 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산행 준비를 마친 이들은, 버스가 주차장에 닿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구리에서 온 김진희씨가 경치를 즐기고 있다. 평일에 쉬는 일을 하고 있어 평일 산행이 많은 좋은사람들을 이용한다.

오상엽 대장은 후미에서 처지는 사람들을 이끄는 역할을 하는데, 시작부터 기자와 동행하게 되었다. 등산 경력 25년차인 그는 좋은사람들 직원은 아니라고 했다. 대장이라 해도 소속 직원이 아니라 산행 건당으로 수당을 받는 프리랜서이고, "수당이 큰돈이 아니라서 돈을 벌기 위해 안내산악회 대장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2회 정도 좋은사람들에서 산행을 이끌고, 주말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근교 산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본업인 영어강사 일을 제외한 상당 시간을 산행 안내에 할애하는데, 산행을 워낙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걸 즐겨, 산행 가이드가 적성에 잘 맞는다고 한다.

오 대장은 "초보자는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알려주었다. 산행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도시락 먹고 여유 부리면 하산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 실제로 하산 시간을 넘겨도 회원이 오지 않으면 통화를 하고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한다. 늦은 사람은 알아서 대중교통으로 귀경해야 한다.

대장이 있으나 후미에서 가는 경우가 많아 각자 알아서 산행하고 하산 지점에 내려와야 한다. 발이 빠르다 해도 엉뚱한 곳으로 잘못 가게 되면 버스를 놓치게 된다. 반드시 산행해야 하는 건 아니라서, 산 초입만 둘러보고 식당에서 시간을 보내도 무방하다. 하산 시간만 맞추면 되는 셈이다.

'네오'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오상엽 산행대장. 25년 등산 경력으로 후미에서 차분히 사람들을 이끈다.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다"

산길이 점점 가팔라 오자 후미 그룹을 한 명씩 만나기 시작했다. 경기도 광명에서 온 60대 등산인 윤정숙씨는 20대 시절부터 등산을 한 베테랑이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안나푸르나 트레킹, 중국 쓰구냥산 트레킹, 라다크 트레킹, 일본 북알프스·남알프스 등 글로벌한 산행 경력을 자랑한다. 그에게 이 산악회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다른 산악회는 평일 산행이 거의 없는데, 여긴 매일 있어요. 다음매일산악회도 큰 곳이지만, 이번 무등산 정상 개방 때만 해도, 무한정 신청을 받고서는 버스 6대를 섭외해서 진행했어요. 수완이 좋은 것 같긴 한데, 버스가 6대라도 대장은 한 명이니 좀 부족한 것 같아요. 가격도 여기보다 비싸고요."

경기도 구리에서 온 등산인 김진희씨는 평일에 쉬는 업무 특성상 좋은사람들을 이용한다. 주말에 쉬는 친구들과 시간을 맞출 수도 없고, 천관산처럼 먼 산은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다녀본 안내산악회 중에서도 이곳이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다"고 선택 이유를 말한다.

천관산 정상에 선 최정미·심우현 부부. 한 달에 4회 정도 산행하는 이들은 천관산처럼 먼 곳을 갈 땐 장거리 운전이 부담스러워 안내산악회를 이용한다. 

환희대가 가까워 오자 거인 같은 바위들이 불끈 솟아 장쾌한 경치를 내어준다. 각자 조용히 산행하나 싶은데 떠들썩하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최정미·심우현 부부다. 올해 블랙야크 100대 명산 산행을 시작한 이들은 오늘이 21개째이다. 한 달에 4회 이상 산행할 정도로 열심이며, 한동안 아팠던 아내의 건강 회복을 위해 등산 마니아인 남편 심씨가 함께 전국의 산을 다니고 있다. 아내 최씨는 "남편이 운전해서 산에 갈 때도 많은데, 천관산은 워낙 멀어 안내산악회를 이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안내산악회'라 하면 색안경을 쓰고 악성 댓글을 쓰는 네티즌들이 많지만, 동행한 안내산악회에서는 불륜이나 음주로 인한 소란은 없었다. 다만, 지난 4월 계룡산 산행에 참가한 72세 A씨(서울 서초구)가 산행 중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좋은사람들 산악회 관계자는 "안내산악회 특성상 나이 제한을 두거나, 평소 운동 안 하고, 산행 경력 짧은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며 "추락사도 아닌 심정지는 참 입장을 얘기하기가 곤란하다"고 전했다.

천관산 도착 20분 전, 등산지도와 산악회 명찰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누어주었다. 

환희대를 지나 주능선에 닿자 억새와 바다 경치가 어우러져, 회원들이 곳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댄다. 서울 성북구에서 온 김희정씨와 도봉구에서 온 조예숙씨는 "산행 속도가 느려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시간에 쫓기며 산행해야 하는 것이 흠이지만 여자들끼리 평일에 산행하면 조심스런 것도 있는데, 어쨌든 안내산악회는 대장이 있고 같이 온 분들도 있어 안심이 된다"고 장단점을 이야기한다.

기자는 4만3,000원을 내고 왔는데, 4만5,000원을 내고 온 회원도 있었다. 알고 보니 날짜가 촉박해 신청하면 가격이 조금 올라간다고 한다.

정상인 연대봉에 닿으니 이미 회원 중 3분의 2 이상은 하산하고 없었다. 배낭에 싸 온 음식을 오늘 처음 만난 회원들과 함께 먹었는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인지 알고 지낸 사람들과 산행할 때만큼 즐겁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왼쪽부터 조예숙·김희정씨. 평일에도 안내산악회를 이용하면 여자들끼리 산행하기에 조금 더 안심이 된다고 한다.   

취재를 위해 회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하산 시간에 쫓기게 되었다. 최대한 빠르게, 무릎의 부하를 줄여서 내려서는데 행여 버스를 놓칠까봐 조바심이 났다. 다행히 시간 맞춰 하산할 수 있었다. 결승점에 통과하듯 함께 내려온 노부부는 매주 좋은사람들을 이용한단다. 원래 여기서 운영하는 서해랑길 걷기를 주로 하는데, 이곳 산악회와의 인연으로 등산에도 입문했다.

지금은 매주 평일에 한 번 28인승 안내산악회 버스를 타고 부부가 전국을 누빈다. 이들은 "지난주에는 창녕 화왕산 억새를 보고 왔다"며 "산행 시간이 촉박하지만 그래도 전국 좋은 곳들, 깨끗한 버스로 조용히 다녀올 수 있으니 만족한다"고 담담히 얘기한다.

<본 기사는 안내산악회 회비를 내고 참여했으며, 일절 금전적인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힙니다.>

전망바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던 김포에서 온 임혜진(오른쪽)씨와 인천에서 온 이은영씨. 올해 처음 등산을 시작했으나 유튜브에서 다양한 안내산악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참가했다.

천관산 교통비 비교(서울 기준)

대중교통

고속버스 왕복 7만8,800원.

산 입구 택시비

왕복 7만 원(네이버 지도 기준). 총 14만8,800원

자가용

왕복 420km(서울 시청 출발 기준) 톨게이트비 왕복 4만800원. 연료비 왕복 13만2,000원(네이버 지도 기준). 총 17만2,800원.

안내산악회 이용

4만3,000원.

월간산 1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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