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통제 실패한 기업 처음” FTX 구조조정 CEO가 놀란 이유
신뢰할 만한 재무 정보 전혀 없어”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황당한 기업 운영 방식이 드러났다. 회사 자금을 직원들이 마음대로 유용했고, 비용을 청구하고 관리하는 방식도 엉터리였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의 뒤를 이어 CEO에 임명된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는 17일(현지시각) 미 델라웨어주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관련 문건에서 “내 40년 구조조정 경력에서 이렇게 완전히 기업 통제에 실패한 곳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레이 CEO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무너진 미 에너지 기업 엔론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유명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다. 레이 CEO는 “FTX처럼 신뢰할 만한 재무 정보가 전혀 없는 곳은 처음 본다”며 “FTX와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대차대조표의 정확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많은 망한 기업을 봤는데 FTX의 상태가 제일 황당하다는 것이다.
법원에 제출된 문서에 따르면 FTX 직원들은 회사 자금을 거리낌없이 유용했다. 직원들은 회사 자금을 주택과 그 밖의 개인 용품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고, 구입한 부동산의 소유주에 자신의 이름이나 회사 고문의 이름을 등록했다. 보통 회사가 지원하는 직원들의 아파트 등 부동산의 소유주는 회사 명의로 돼 있는 것이 정상이다. 회사 직원 전체 명단도 없을 정도로 인사 시스템이 엉망이었고, 운영 경비를 신청할 때 정해진 서류 등의 절차 없이 채팅창에서 대충 신청하고, 관리자들이 이모티콘으로 승인해주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뱅크먼프리드는 자동 삭제되는 대화 플랫폼을 사용한 탓에 중요한 회사 결정에 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레이 CEO는 밝혔다. 그는 “위태로운 시스템, 해외 당국의 잘못된 규제·감독, 경험이 없고 세련되지 못한 데다 위험해 보이는 극소수 개인들의 손에 집중된 회사 통제권까지 FTX의 상황은 전례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FTX는 보안이 되지 않는 그룹 일반 이메일로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는 등 보안 의식도 허술했고, 고객 자금 유용을 감추기 위해 특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서류에 나와 있다. 뱅크먼프리드를 포함한 FTX 경영진은 FTX 계열 투자회사인 알라메다 리서치로부터 개인적으로 거액의 돈을 빌린 사실도 드러났다. 뱅크먼프리드가 10억달러(1조3500억원)를 빌렸고, 뱅크먼프리드가 대주주로 있는 페이퍼버드가 23억달러를 빌렸다. 계열사 FTX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니샤드 싱도 5억4300만달러를 대출했다. 하지만 이렇게 빌려간 돈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고객의 돈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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