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포르노’ VS ‘이렇게 아름다운 영부인’[핫이슈]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2. 11. 1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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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순방 중 심장병 어린이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놓고 벌어진 ‘빈곤 포르노’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김 여사 행보에 대해 ‘빈곤 포르노’라는 말을 처음 꺼낸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불쾌감을 느꼈다면 유감 표명을 고려할 수 있다”며 여당의 사과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포르노만 알고 빈곤 포르노는 모르는 국민의힘, 공부하라. 이제 외신이 관심 갖기 시작했고, 국제기구에 공개서한을 보내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물론 빈곤 포르노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고,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부인들도 소외 계층을 만나고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굳이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포르노’라는 단어가 들어간 용어를 사용해 비판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은 남는다. 야당은 김 여사가 정상 부인들이 참여하는 행사 대신 어린이를 만난 것은 외교 결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김 여사가 정상 부인들과 앙코르와트에 갔다면 관광하러 간 것 아니냐고 비난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연출을 의심할 수 있고, 진정성을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대통령 순방의 핵심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일인지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김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꼈다고,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장례식 때 망사 모자를 썼다고 사사건건 비판하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은 피로감을 느낀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오르지 않는 것은,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포르노’라는 단어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여당의 대응도 과하기는 마찬가지다.

여당은 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고, 여성의원들은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한 배우 김혜자, 정우성이 포르노 배우냐” “인간이길 포기했다” “유사 성희롱” 등의 막말 잔치가 이어졌고, “역대 영부인 중에 이렇게 미모가 아름다운 분이 있었냐”는 외모 품평까지 등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포르노’에 꽂힌 분들은 이 오랜 논쟁에 대해 한 번도 고민 안 해본 사람임을 인증한 것이다. 이성을 찾자”며 에둘러 여권을 비판했는데 한 번쯤 돌아볼 일이다.

정치권은 해야 할 일이 많다. 내년 예산안 심사가 지연되고 있고, 민생을 위해 처리해야 할 법안이 쌓여있다.

대통령 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고 외모를 품평하는데 쏟는 열정을 본업에 써야 한다. 중요한 일을 먼저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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