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 제멋대로”… 디지털化에 ‘연결 공포’ 호소하기도

박진우 기자 2022.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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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디지털화는 운전자를 보다 편리하게 해주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를 내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에 전장 비중이 높아지고, 커넥티드 기능이 들어오면서 자동차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게 굉장히 쉬워졌지만, 원인 불명의 사고나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자동차 급발진 사고 역시 이런 자동차 전자제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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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하게 해주는 디지털, 오류도 빈번
단순 시스템 오작동부터 인명사고까지
’커넥티드 포비아’ 호소하는 사람 늘어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현대차 제공

#김미연(34·여)씨는 최근 정차 중에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 운전석 시트가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인 것이다. 키가 158㎝로 작은 김씨는 시트가 뒤로 움직이면서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졌고 차가 앞으로 이동했다. 정차 중에 발생한 일인 데다 재빨리 브레이크를 다시 밟아 큰 사고는 없었지만, 달리던 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했다는 생각에 김씨는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송철호(42·남)씨는 며칠 전 내비게이션이 말썽을 일으켰다. 저녁 약속 장소로 가던 중에 갑자기 내비게이션 화면이 꺼지더니, 모든 설정이 초기화가 된 것이다. 정차 중에 약속장소로 다시 목적지를 설정했지만, 집과 회사 등 즐겨찾기 목록이 지워져 30분 넘게 설정을 다시 해야 했다. 송씨는 “얼마 전에도 내비게이션이 이랬는데, 반복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했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이선희(29·여)씨는 평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동차의 상태나, 배터리 충전 정도를 확인한다. 하루는 주행 가능거리가 넉넉하게 표시돼 평소 눈여겨보던 서울 외곽의 카페를 가려 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주행거리는 이와 달랐다. 전기차 충전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충전 장소도 많지 않아 자동차에서 주행거리를 다시 확인하지 않았다면 난감한 상황을 맞을뻔했다.

자동차의 디지털화는 운전자를 보다 편리하게 해주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오류를 내기도 한다. 단순 시스템 오류부터 인명 사고 등 다양한 문제점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이를 두려워하는 ‘커넥티드 포비아(연결 공포)’를 호소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현대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동차의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현대차 제공

지난 15일 현대자동차 커넥티드 서비스 앱 ‘블루링크’가 약 5시간 동안 먹통이 되면서 많은 운전자들이 차 문을 열지 못했다. 블루링크는 자동차 문을 스마트폰으로 열고 닫거나, 공조장치를 원격조종할 수 있게 돕는 앱이다. 오류 원인에 대해 현대차 측은 “내부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장애 당일 현대차는 긴급 출동 서비스를 통해 차 문을 열어줬지만, 평소에도 긴급 출동 서비스 연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운전자 모두가 원활하게 이용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일부 운전자는 차 문 열기를 포기한 사례도 있다.

현대차 디지털 서비스는 지난달 카카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때도 장애를 겪었다. 현대차는 2017년 카카오와 협업해 인공지능(AI) 음성 안내 기능을 내비게이션에 도입했는데, 화재로 카카오 서버가 기능하지 않은 탓에 현대차 음성인식 내비게이션도 멈췄다. 현대차는 이 사건 이후 백업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자동차 디지털화에 있어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지는 것은 해킹이다. 자동차가 외부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전자 제어가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2015년 FCA(현 스탤란티스)는 미국에서 지프 SUV 체로키를 비롯해 크라이슬러, 닷지 등 총 140만대를 해킹 우려로 리콜했다.

당시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는 자동차와 약 16㎞ 떨어진 곳에서 지프 체로키를 해킹해 마음대로 조종했다. 각종 전자장비(전장)은 물론이고, 차의 속도와 스티어링 등을 자유자재로 조종했다. FCA는 “고객의 보안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결함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리콜을 진행한다”고 했다.

/현대차 제공

과거 기계 장치로 이뤄진 자동차에서는 이런 문제가 없었다. 자동차에 소프트웨어 개념과 기계 장치를 제어하는 전장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예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2020년 서울 한남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차 소유주 A씨가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A씨는 전자식으로 작동하는 전기차 문이 불 때문에 열리지 않아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앞서 2019년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테슬라 전기차에 불이 붙었고, 문을 열지 못해 운전자가 사망했다.

업계는 자동차 신기술의 도입 장벽이 매우 높은 이유로 ‘사람을 태운다’라는 점을 꼽는다. 다른 소비재와 달리 자동차는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동차에 부착된 플라스틱 소재 하나, 각종 부품, 시스템이 안전성과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건 이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업계에 신생 기업이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에 전장 비중이 높아지고, 커넥티드 기능이 들어오면서 자동차를 이용하고 관리하는 게 굉장히 쉬워졌지만, 원인 불명의 사고나 문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라며 “자동차 급발진 사고 역시 이런 자동차 전자제어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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