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우진 학폭, 5년 지난 시점에 다시 언급하는 이유 3-②

김현희 2022.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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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안우진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도는 거의 없어
- 당시 여론 상황이 '사실관계 보도'를 해도 묻히는 분위기
2017년 서울지역 주말리그 첫 경기에 만난 안우진과 곽빈. 절친인 둘은 고교 시절 내내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사진ⓒ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1부에서 계속>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의 움직임이란 바로 징계위원회 소집이었다. 그해(2017년) 11월, 협회는 안우진에게 자격정지 3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대한체육회에서도 규정에 따라 '국가대표 영구 박탈' 처분을 내리면서 또 다시 해당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됐다. 대한체육회 입장에서는 종목 단체장이 내린 처분에 대해 '규정대로' 처리를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안우진의 이의 신청이 기각된 것도 이미 협회에서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협회가 징계위를 개최하면서 '절차적 문제'가 있음이 발견됐다. 징계 출석 공문을 휘문고에 보내는 과정에서 당사자(혹은 부모)에게 출석요구서가 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즉, 안우진은 징계위가 열리는 과정에서 본인의 입장을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규정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 제 31조에도 명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징계혐의자(안우진)에게 출석을 요구할 때에는 출석요구서가 본인에게 도달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출석한 상황에서 반드시 본인의 입장을 들은 후 징계를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안우진의 경우에는 이 과정이 생략된 채 징계가 확정된 것이다. 학교측과의 서면 전달로 이를 대체했다고 하지만, 이는 분명 절차적인 결함에 해당된다.

다만, 협회에서는 공중파 TV 보도로 해당 내용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안우진에 대한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당시 여론도 무시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렇다 해도 '규정에 따른' 조치가 아닌 '여론이 바라는 대로' 징계를 시행했다는 지적에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미 법조계에서는 '죄의 징계는 달게 받아야 되지만, 구체적 소명 기회도 없이 죄 이상의 과대한 벌을 받는 것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을 펼친 바 있다.

휘문고에서 뒤늦게 학교폭력위원회를 개최한 것도 협회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자체 조사가 끝나 '학폭위가 열릴 만 한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고, 또 이에 대한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목소리까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학폭위 개최에 협회 징계까지 더해지면서 폭행 여부에 대한 사실에 관계없이 안우진은 꼼짝 없이 '야구 방망이와 야구공으로 후배들을 마구 폭행한' 가해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절차적인 부분도 문제였지만, 징계 내용도 문제 소지가 많았다. 협회의 '징계 결정서'에는 집단으로 폭행한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도구(베트, 공)를 사용하여 폭력행위를 저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말 그대로 '특수 폭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는 '공소권 없음'을 요지로 특수 폭행과 관련된 사항을 불기소 처분했다. 협회의 징계 의결서 내용 자체도 검찰청의 의견과는 상반되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처분 과정을 모두 들은 한 법조인은 "당시 협회의 징계 상황에 대한 재조사와 대한체육회의 관련 조치가 다시 검토되어야 할 것 같다."라며, 절차적/내용적인 측면에서 협회가 언론 내용과 여론만 보고 객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 시즌, 200탈삼진을 기록했을 당시의 안우진. 사진제공=키움 히어로즈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왜?

이 모든 것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한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왜 5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와 같은 사실을 보도하느냐에 대한 질문이다. 충분히 5년 전에도 사실 관계에 대한 보도를 할 수 있었지 않았느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5년 전에 '지금과 같이 보도했어도 사실로 믿어 줄 이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절대 다수'의 여론이 안우진의 가해 사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러한 안우진의 목소리도 있다'라는 것을 보도해도 거의 묻힐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안우진에게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보도하려 해도 이를 믿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너무 여론이 좋지 않다. 보도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입장을 이해해 달라."라는 이야기를 건넨 바 있다. 이에 안우진은 "기자님께서 마음 써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라며 되려 필자에 대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에 필자는 안우진과 약속한 것이 있었다. "언젠가는 이 건에 대한 펙트가 정확하게 드러낼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안)우진이가 10승 하는 날이 오면, 꼭 다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것. 이에 안우진 역시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으로 5년 전 만남은 끝이 났다. 그리고 정말로 안우진이 데뷔 첫 10승을 하면서 본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 있었다.

5년 전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무리된다. 그렇다면, 안우진은 정말로 국가대표로서 자격이 없는 것일까?

- 3부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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