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은둔 고수, 애스턴마틴 DBX 707

2022. 1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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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707마력, 최대 91.8㎏∙m 뿜어내는 슈퍼 SUV
 -안정적인 자세, 높은 주행 완성도 자랑해

 지금은 고성능 SUV 전성시대다. 포르쉐 카이엔이 포문을 연 뒤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시장을 넓혔고 이에 롤스로이스, 마세라티, 페라리 등 하이엔드 브랜드로 번져 너도나도 SUV를 쏟아내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진 건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별화한 무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영국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 애스턴마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브랜드 특유의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것. 여기에 주행 완성도를 높여 고성능 SUV 대열에 합류했다. DBX 707로 명명한 새 슈퍼 SUV가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시승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디자인&상품성
 DBX 707은 애스턴마틴의 첫 SUV DBX를 바탕으로 잠재된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초고성능 SUV다. 그만큼 화려한 외관이 시선을 끈다. 앞은 애스턴마틴을 상징하는 그릴이 포인트다. 기존 DBX와 비교해 크기를 한 층 더 키웠고 진하게 격자 무늬를 넣어 존재감을 높인다. 

 이와 함께 주변을 전부 공기 흡입구로 뚫어 공격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양 끝에 위치한 얇은 주간주행등으로 멋을 냈다. 범퍼 아래에는 여러 겹으로 나뉜 스플리터를 추가해 역동적인 모습이다. 헤드램프는 펜더가 넓은 덕분에 다소 작아 보이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자세히 살펴보면 꽤나 큼직하다. 타원형 구조를 바탕으로 램프 안쪽 구성도 상당히 정교하게 다듬었다. 

 옆은 한눈에 봐도 거대한 덩치가 시선을 끈다. 실제로 DBX 707은 길이 5,040㎜, 너비와 높이는 각각 1,995㎜, 1,680㎜로 대형 SUV 세그먼트에 속한다. 휠베이스 역시 3m를 훌쩍 넘긴다. 늘씬한 차체를 바탕으로 에어로다이내믹을 강조한 요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펜더에는 세로로 길게 에어 덕트를 뚫어 놓았다. 바람을 올바르게 펴서 빠르게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카본으로 감싼 두툼한 장식과 사이드미러도 세련미를 키운다. DBX 707에 특화된 23인치 휠은 무광에 펄까지 넣어 신선함을 자극하고 앞 285㎜/35ZR/23, 뒤 325㎜/30ZR/23 피렐리 P-제로 타이어와 맞물려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뒤는 새로운 립 스포일러가 추가된 루프 윙이 핵심이다. 다운포스를 올려 고속 안정성을 높인다. 애스턴마틴 패밀리-룩을 맞춘 테일램프는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가로로 길게 뻗어있다. 트렁크는 블랙 로고와 브랜드 레터링이 전부다. 그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모습이다. 시선을 아래로 두면 공격적인 형태의 범퍼가 있다. 날카로운 디퓨저는 물론 여러 겹으로 감싸 입체감을 키운다. 쿼드 배기 시스템은 일체형이며 두께가 상당해 기대를 끌어 올린다.

 실내는 대칭 구조로 정갈하다. 운전석뿐만 아니라 조수석 탑승자를 배려한 이상적인 모습이다. 디지털 요소도 적극 활용했다. 계기판의 경우 선명하고 그래픽이 화려해서 보는 맛을 더한다. 

 센터페시아 맨 위에는 전자식 변속 버튼이 자리 잡았다. 가운데 투명으로 빛나는 시동 버튼도 마음을 훔친다. 중앙에는 와이드 모니터가 있다. 터치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UI 구성이 깔끔해 터치패드로 손에 익으면 쉽게 조작할 수 있다. 바로 아래에는 토글과 터치로 이뤄진 공조 장치 버튼이 있다. 

 브릿지 형태의 센터 터널은 제법 화려하다. 버튼이 상당히 많은데 모두 운전 즐거움을 위한 마법 스위치라 만족스럽다. 드라이브 모드를 바꿀 수 있는 조그셔틀은 세심하게 다듬어 퀄리티가 상당하다. 스티어링 휠은 크기가 다소 작은 편이다. 손에 쥐는 맛이 좋고 커다란 패들 시프트와 합도 뛰어나다. 

 소재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부분이 가족으로 덮여 있고 저렴한 플라스틱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 심지어 천장을 비롯해 햇빛가리개, 별도의 손잡이까지 전부 질 좋은 가족으로 감쌌다. 도어 안쪽과 센터 터널은 통 카본을 씌웠고 굵직한 화이트 스티치는 신선함을 살린다. 

 그 중에서도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버킷 시트는 물건이다. 컬러 조합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볼스터 기능을 포함에 몸을 잡아 주는 능력이 수준급이다. 모든 시트는 16방향으로 조정 가능하며 전자식 스위치를 포함한다. 가죽과 알칸타라 등 고급 소재를 적용했고 머리 받침에 각인된 애스턴마틴 로고 외에 등받이부터 이어지는 스트라이프가 역동적인 감각을 더한다. 그래서인지 운전석에 앉으면 좀처럼 내리고 싶지 않다

 시트 감동은 2열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부드럽고 섬세한 가죽 때문에 스르륵 잠이 올 정도다. 공간에 대한 부족함도 없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대형 SUV 세그먼트에 걸맞은 넉넉함이다.

 가운데 턱도 낮아서 성인 세 명이 여유롭게 앉아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하다. 편의 품목으로는 전용 송풍구(B필러에도 추가로 붙어 있다.)와 공조 장치, 열선 및 통풍 시트, 컵 폴더 등 필요로 하는 기능이 알차게 들어있다. 

 트렁크도 부족함이 없다. 골프백 2~3개는 여유롭게 들어갈 듯하다. 2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버튼과 물건을 넣고 빼기 쉽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서스펜션 버튼이 별도로 마련돼있다. 양 끝에 마련된 레일이나 별도 트렁크 바닥 공간 등 GT카로서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

 성능 
 엔진은 기존 DBX의 V8 4.0ℓ 트윈 터보차저를 활용한다. 볼 베어링 터보차저와 맞춤형 엔진 반응으로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 결과 기존 DBX 대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57마력, 20.4㎏∙m 오른 최고 707마력, 최대 91.8㎏∙m의 동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일반 토크 컨버터 자동 대비 증가된 토크 부하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새로운 9단 습식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그 결과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도달하는 가속 성능 역시 기존 4.5초에서 3.3초로 크게 줄었다. 주행 모드는 터레인과 인디비주얼을 비롯해 GT,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로 나눴다.

 엔진 성능은 차고 넘친다. 대배기량 특유의 풍부한 성능을 바탕으로 가속한다. 더욱이 노멀인 GT모드에서는 차분하고 여유롭게 반응한다. 무시무시한 숫자만 보고 겁먹을 필요 없다는 뜻이다. 차는 시종일관 나긋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스로틀 반응도 예민하지 않아 쉽게 차를 다룰 수 있다. 말 그대로 GT카 성격을 충실히 따른 모습이다. 속도를 꾸준히 올릴 때는 움찔거리면서 강한 토크를 쏟아낼 준비를 하지만 이마저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차의 본성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모드로 돌리면 된다. 스로틀을 열면 순식간에 rpm을 올리며 힘차게 내달린다. 몰입감이 상당하고 계기판 속 숫자는 예상보다 훨씬 높게 찍혀있다. GT 모드에서 경험했던 차의 반응은 사라지고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한 스포츠카로 변모한다. 화끈한 실력에 탑승자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한 단계 더 강력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또 다른 차가 된다. 더욱 강렬해진 계기판과 단단해진 스티어링 휠, 딱딱해진 서스펜션만 봐도 알 수 있다. 이후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는 총알처럼 튀어나간다. 고개가 꺾이고 몸이 시트 안쪽으로 파묻히는 기이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주변 사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고 멀리 보이던 사물이 순식간에 눈 앞에 와 있다. 

 2.2t이 넘는 거구가 아스팔트를 박차고 달려나가는 느낌이 사뭇 새롭다. 순간 터지는 펀치력과 고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최고출력이 하모니를 이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한다. 로켓 발사하듯 튀어나가는 초고성능 SUV의 감동을 오롯이 경험하는 순간이다. 

 DBX 707은 직진 가속성능만 뛰어난 차가 아니다. 굽이치는 코너에서도 기대 이상의 실력을 드러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의 성격을 잊을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모터스포츠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이 곳곳에 녹아든 결과다. 지능형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과 최신 버전의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은 높아진 최대토크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강화됐다. 그 결과 운전자가 판단하기 전에 미리 바퀴의 동력을 배분하고 이상적인 주행을 유도한다.

 덕분에 코너 진입과 탈출이 훨씬 빨라졌다. 과감하게 들어가도 차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와 함께 정직하게 포물선을 그린 뒤 신속하게 빠져나간다. 탈출 시점을 당겨 가속페달을 밟아도 흐트러지는 모습이 없다. SUV 특유의 시야가 높을 뿐 굽이치는 와인딩 로드에서는 여느 날렵한 스포츠카와 동일하다. 

 3챔버 에어서스펜션은 세밀한 보정을 통해 민첩한 코너링과 다이내믹 성능을 보장한다. 차체와 바퀴 사이를 완벽히 조율하며 흔들림을 지지한다. 물리력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일등공신이다. 특히 노면을 읽는 능력이 높아 운전자에게 꾸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지상고가 높은 SUV 임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달리면서 차와 운전자 사이 소통이 가능하다. 실력은 저절로 쌓을 수 있다.

 역동적인 주행에 큰 도움을 주는 감성 요소로 사운드를 빼 놓을 수 없다. DBX 707의 소리는 환상적이다. 중저음의 바리톤 사운드가 예술이며 엔진음과 배기음이 변속 패턴에 맞춰서 합주를 진행한다. rpm 구간마다 선율을 바꿔가며 연주를 해내고 7,000rpm 부근에 가서 레드존을 향해 터지는 사운드는 흥분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주변 시선을 압도하고 운전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신나게 달리다가도 필요한 구간에서는 정확하게 차를 멈춰 세우며 본연의 역할도 알차게 해낸다. 앞 420㎜, 뒤 390㎜ 대구경 브레이크 디스크와 6피스톤 캘리퍼 조합만 봐도 알 수 있다. 제동을 하는 순간부터 강하게 출력을 제어하고 도로 위를 끈끈이주걱으로 만든다. 마치 갈고리로 차를 찍고 세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극단적으로 짧은 제동거리 덕분에 차에 대한 믿음은 더 커진다.

 총평
 DBX 707은 은둔 고수다. 떠들썩하게 알리기보다는 차분하게 도약을 준비 중이며 그만큼 조용히 자기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완성도를 높인 초고성능 SUV다. 결과는 실력으로 드러난다. 강한 출력과 토크를 균형 있게 쓸 줄 알고 파워트레인과 합을 맞추는 각종 요소도 수준이 상당하다. 팀워크가 좋아 능력치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다 주며 탑승자는 짜릿한 스릴과 극한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다.

 열정적으로 달리다가도 필요한 순간에는 매너 있는 GT카로 성격을 고친다. 신사의 나라 영국 태생답게 핏줄은 속일 수 없는 듯하다. 이처럼 애스턴마틴의 새 SUV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지 제 역할을 해내며 모두의 만족을 이끌어낸다. 진정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자질이 차고 넘친다.

 애스턴마틴 DBX 707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억1,700만원부터 시작한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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