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MH17 여객기, 러 미사일 맞고 우크라서 추락"…3명 무기징역

강민경 기자 2022. 11. 1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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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군용기 맞히려다 민간 여객기 격추…혐의 매우 심각"
러 범죄인 인도 안 해 피고인 없이 재판 치러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 인근 바드호베도르프의 한 법정에서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 추락 사고에 관한 재판이 실시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추락해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가 러시아제 미사일을 맞고 격추됐다는 재판부 결론이 나왔다.

AFP통신은 네덜란드 법원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 국적자 2명과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 1명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법원은 러시아의 전직 정보요원인 이고르 기르킨과 세르게이 두빈스키,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 지도자인 레오니드 카르첸코가 MH17 여객기 탑승자 전원을 살해하려고 러시아제 부크(BUK)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민간 여객기가 아닌 우크라이나 군용기를 격추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헨드릭 스티누이스 판사는 "법원에 입증된 그들의 혐의가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해 가능한 한 최고형을 선고하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며 "이런 판결을 내린다고 해서 유족들의 고통을 덜어줄 순 없지만 이 사건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제공됐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피고인 없이 열렸다. 러시아가 범죄인의 인도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재판 내내 법원은 네덜란드 정치인과 검찰, 언론으로부터 정치적 동기가 부여된 판결을 내라는 전례 없는 압력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이 공정성을 무시했다고 반발했다.

이날 법정을 채운 건 MH17 탑승자들의 유족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날아온 이들은 판결문이 낭독되자 눈물을 흘렸다.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와 관련해 네덜란드 조사관들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재판부 "피고인 직접 발사한 것 아니지만 미사일 배치만으로 책임져야"

말레이시아항공 MH17 여객기는 2014년 7월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고 있었다. 이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 1만m에서 순항하던 도중 조종석에 가까운 부분이 부크 미사일을 맞고 폭발했다.

여객기는 산산조각이 났다. 풀밭에 시신과 여객기의 잔해가 떨어져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지면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이후 네덜란드는 말레이시아와 호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과 국제 조사를 실시했다. 탑승자의 국적은 △네덜란드 196명 △말레이시아 43명 △호주 38명 등 10개국이었다.

네덜란드 법원은 비록 피고인들이 미사일 발사 버튼을 누른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러시아의 군사 기지에서 미사일을 운반하고 발사장에 배치한 것만으로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또다른 용의자로 지목된 올레그 풀라토프의 경우 사건에 연루됐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풀라토프는 유일하게 법정 대리인을 출석시킨 인물이다.

◇우크라이나·서방은 판결 환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네덜란드 법원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판결 결과를 반겼다. 그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환상이 새로운 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사일을 발사한) 사람들도 결국 법정에 설 필요가 있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러시아의 모든 만행은 처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오늘의 판결은 러시아에 메시지를 보낸다"며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정의를 피할 순 없다. 러시아 지휘 체계의 모든 범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방 국가들도 이번 판결을 반겼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 판결을 "목숨을 잃은 298명의 희생자들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이번 판결이 "끝이 아니다"라고 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런 범죄에 면책은 있을 수 없다"며 "오늘은 정의와 책임을 위해 중요한 날"이라고 발언했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유죄 판결을 받은 피고인 3명을 러시아가 인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살인자를 숨겨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웡 장관은 호주 국영 ABC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아무리 회피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려도 사실을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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