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범죄 진압=남성’ 전제를 바꾸는 보통의 이야기들

김영화 기자 2022. 11.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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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를 휘두르는데 경찰이 사라지더라, 범죄 현장에서 수수방관하더라. 흔히 '여경 무용론'이라 불리는 오해와 편견들이다.

"민원실이나 소년 사범 등 특정 분야에만 여경을 투입해왔다. 경찰은 흔히 '공권력'으로 상징되는데, 여경은 그 공권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여경 무용론에 대해 "여자가 아니라 경찰이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여경이 남경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이야기도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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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흉기를 휘두르는데 경찰이 사라지더라, 범죄 현장에서 수수방관하더라…. 흔히 ‘여경 무용론’이라 불리는 오해와 편견들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상이 짜깁기된 채 퍼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정치인들은 이 여론을 악용했다. “그렇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여경들, 부정적 시선에 섬처럼 고립되어 있으면서도 묵묵히 자기 일을 하고 있을 동료와 후배들이 안타까웠다.” 주명희 서울경찰청 총경(44)은 그들의 안부를 묻고 싶었다.

올해로 22년 차 경찰인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경찰청 감찰조사계장을 지냈다. 경찰관의 비위행위를 조사하고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곳이라 요직으로 여겨지는데, 여성 경찰관이 차지한 건 처음이었다. 2000년 경찰대를 졸업하고 서울 종로경찰서에 부임할 당시, 여성 경찰은 6명에 불과했다. 당시 종로서 경찰관 수는 500여 명. ‘셜록 홈스’가 나오는 추리소설을 좋아해 경찰이 됐다. 그런데 그가 ‘무엇을 하는지’보다는 성별로 설명되는 일이 잦았다. “민원실이나 소년 사범 등 특정 분야에만 여경을 투입해왔다. 경찰은 흔히 ‘공권력’으로 상징되는데, 여경은 그 공권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여성 경찰의 비율이 13.6%(2021년)로 점차 늘었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성 경찰은 종종 ‘연약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검열의 수렁에 빠지곤 했다. 2017년 가을, 주명희 총경과 동료들이 모여 현장학습 모임인 경찰젠더연구회를 만든 이유였다. 2019년 ‘대림동 경찰관 폭행 사건’을 거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당시 “대한민국에 만연한 공권력 경시 풍조에 경종을 울려야 할 사건이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 확산으로 오용돼선 안 된다”라는 성명을, 경찰 조직 내에서 유일하게 냈다. 알음알음 ‘힘이 된다’ ‘든든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전국에서 70명이 활동한다.

최근 발행된 책 〈여성, 경찰하는 마음〉(생각정원)은 세간의 편견을 향한 여성 경찰 23명의 대응이다. 이들이 겪은 고충과 분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또 닮아 있다. 여경 무용론에 대해 “여자가 아니라 경찰이다”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여경이 남경보다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는 이야기도 공존한다. 10년 차 경찰 ‘은봄’은 “성별을 의식하게 된 건 오히려 경찰이 되면서부터다”라고 썼다. 각자가 쌓아온 고민과 답을 읽어가다 보면, 경찰 개인의 능력을 ‘무용하게’ 만드는 것은 성별이 아니라 편견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을 기획한 주 총경은 미디어에 비친 모습으로만 여성 경찰관을 판단하지 말고, 그 존재 자체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주 보통의 이야기들이 ‘경찰=범죄 진압=남성’이라는 전제를 바꾸어나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명희 총경은 다음과 같이 묻는다. “물리력이 없어서 안 된다는 주장은 그냥 ‘마동석’을 경찰로 뽑으면 해결되는 문제인가? 누가 무엇을 범죄로 규정하는가? 범죄 진압 외에 경찰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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