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수다 삼매경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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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이 다가오고 있다.
다름 아닌 여인들이 나이를 먹으면 수다스러워진다며 하루에 2만여 마디의 말을 해야 갱년기도 가볍게 지날 수 있다고 한다는 말과 남성 또한 그렇다고 한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관문이라 생각하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소통하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될수록 수다스러워져야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을 믿고 싶어 '수다쟁이가 되어볼까?' 잠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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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이 다가오고 있다. 월동준비에 마음이 바빠지는 지금 자꾸만 귓가에 맴도는 말이 있다. 다름 아닌 여인들이 나이를 먹으면 수다스러워진다며 하루에 2만여 마디의 말을 해야 갱년기도 가볍게 지날 수 있다고 한다는 말과 남성 또한 그렇다고 한말이다. 어디서 유래가 됐는지 과학적인 근거는 있는지, 어디서 확인된 말도 아닌데 늘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다.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아니, 나이가 드니 적절한 대화 속에서도 선뜻 떠오르는 단어가 없으니 난감할 때가 많다.
젊은 시절 휴일 어쩌다 낮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창밖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들으면 왠지 웃음이 나오곤 했다. '저렇게 밖에 말을 못 하나?' 단어 선택이 잘못됐거나 억양이 올라갈 때 안 올라가고 차분해지는 단어를 선택하고서는 화를 내는 경우가 있었기에 혼자 웃기도 했다. 그런데 이젠 내가 그런다. 대화를 하면서도 적절한 단어 선택을 하지 못하고 목소리만 커지고 있으니 때론 한심함을 느낀 적이 있다.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도 고개만 갸우뚱거린다.
사실 요즈음엔 대화를 톡이나 문자로 하다 보니 내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얼굴도 보지 않고 대화를 하다 보니 뭔가 허전하다. 서로 대화하며 속도 풀고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니 수다 삼매경이 최고인 것 같다. 이제야 그때 창밖에서 떠들어대던 아주머니들의 속내를 알 것 같다.
며칠 전 우연히 사찰 근처를 지나다 비를 피하게 됐다.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 무사안일 기원법회'가 열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합장하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으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마음속으로 빌며 그들의 기도에 힘을 합쳤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한 번은 겪어야 하는 관문이라 생각하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이 소통하는 것 같았다.
비가 그치고 밖으로 나오니 맑은 하늘이 더 깨끗하게 보였고 만나려던 사람들과 모여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대화는 수능 시험과 현 시국의 얘기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기·승·전 어린 시절이었다. 다행이었다. 남 이야기로 돌아서 찝찝한 느낌을 느끼는 것 보다 차라리 어린 시절 얘기는 늘 추억이니까 좋았다 하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 말이 맞는가 보다. 어른이 될수록 수다스러워져야 스트레스가 없다는 말을 믿고 싶어 '수다쟁이가 되어볼까?'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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