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이건 아니지

박계교 기자 2022.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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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시비에 무산된 국회토론회
정당성 잃은 집단이기주의 드러내
충남 국회의원들 관심 저조도 걱정
박계교 충남취재본부장

흡사, 도떼기시장 같았다. 큰 강당은 아니지만 이른 아침부터 꽉 들어찬 이들의 열기가 뿜어졌다. 이 열기는 이내 소란으로 바뀌었다. 찬성과 반대로 나눠 서로를 향해 앙칼지게 내뱉는 욕설에다 일그러진 얼굴 속에 살기가 붙었다. 목소리 커진 욕설은 공중에서도 양보 없이 부딪쳤다. 격해진 감정에 끝내는 서로 밀치면서 멱살잡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향해 심한 욕설과 삿대질을 하면서 물리쳐야 할 적이 됐다. 이들이 이렇게 싸우게 된 공통분모는 육군사관학교다. 육사를 '지키느냐', '뺏느냐'의 싸움으로 한 공간에서 충돌한 것. 지난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육사 충남 이전 및 유치 국회정책토론회' 현장 모습이다. 이미 수많은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이 토론회가 어떻게 마무리됐는지는 알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그날의 시간으로 다시 돌려보면 소위 '역대육사교장', '역대참모총장', '육사총동문회' 등을 비롯, 시민단체로 칭한 이들 100여명의 행동은 막무가내 그 자체였다. 오전 10시 예정인 토론회보다 한참이 앞선 8시 안팎으로 종북좌파, 주사파, 육사사수 등을 담은 손 팻말을 들고 진은 쳤다. 앞서 언급한 대로 토론회를 보기 위해 찾은 충남도민들과 욕설 섞인 설전을 하고, 몸싸움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토론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김태흠 XXX'라든지 육사 출신으로 육사충남유치범도민추진위상임위원장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육사 37기)을 '박찬주 이완용'으로 크게 외치는 사전 연습까지 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김태흠 도지사가 9시 50분경 토론회장에 도착하자 이들의 진짜 본성이 드러났다.

김태흠 도지사는 "토론회 후 반대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이들에게 토론회 진행에 협조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김 지사를 에워싼 채 김 지사의 말이 묻힐 만큼 큰 소리로 '결사반대'를 50여 분간 외쳤다. 김 지사로부터 마이크를 전달 받은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국민의힘 홍문표 국회의원도 토론회 협조를 당부했으나 이들의 단체 행동은 김 지사 때와 다르지 않았다. 김 지사가 예정된 국회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를 뜨면서 그렇게 식전 행사는 취소됐다. 이어 기조발제를 맡은 이세영 건양대학교 교수가 단상 위에 올라 토론회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이들 몇 몇이 단상으로 난입해 이 교수의 멱살을 잡는 등 토론회를 방해했다. 30년 군생활을 하고 예편한 이 교수를 '빨갱이'라 부르며 모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위험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자 행사 관계자들이 이 교수를 보호하기 위해 단상을 둘러싸며 이들의 난입을 막았지만 옷을 잡아당기고 피켓으로 상대편을 가격 하는 등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결국 충남도는 안전사고가 우려됨에 따라 토론회 종료를 선언, 그렇게 파행 속에 토론회는 무산됐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의견을 모으는 토론회가 무산되는 사태를 지켜보자니 가관이다. 토론회 주최자로 심히 유감이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이들의 목적은 당초부터 토론회를 무산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들이 소기의 목적은 이뤘을지는 모르겠으나 정당성을 잃은 이들의 행동은 국민들에게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졌을 뿐이다. 막가파식 언행 말이다. 또, 충남도로 보면 '육사 충남 이전'이 중앙정치권이나 중앙언론 등의 관심이 덜하던 상황에서 이들이 '노이즈마케팅'을 제대로 해준 셈이다.

문제 제기할 부분은 또 있다. 충남지역 국회의원들 얘기다. '육사 충남 이전'이 충남의 현안이고, 충남도민들이 국회까지 갔는데 정작 이날 눈에 띈 충남지역 국회의원은 홍문표 의원 등 손에 꼽힌다. 아예, 관심을 안 준 국회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있다가 험한 분위기에 금방 자리를 뜬 몇 몇 국회의원들도 좋은 말을 듣기는 어렵다. 난장판 된 토론회에 충남지역 국회의원들이 겹쳤다. 한심하고, 기막힐 뿐이다. 그래서 '충남 육사 이전'이 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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