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 속 꼭꼭 숨은 쓰레기… ‘비양심’ 곳곳에 묻혀있다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관리 사각’ 불법 매립 폐기물
보령 상중마을 악취 풍기는 ‘쓰레기산’
市, 불법 매립 업자에 처리 명령했지만
2600t 중 70% 이상 방치 주민들 고통
정부서 확인한 불법 폐기물만 190만t
30만t은 업주 버티기로 아직 처리 안돼
적발 어려워 통계서 누락
원주 채석장에 불법 매립 건폐물 40t
업체·직원 임금 갈등에 우연히 드러나
강원 시멘트공장도 강제 검사 착수
‘감춰진 업체 폐기물’ 연간 178만t 추정
장기 매립 땐 주민 유해물질 노출 우려
재활용률 과장 ‘통계 착시’
사업장폐기물 1억7816만t… 5년 새 30%↑
재활용업체 반입돼도 다 재활용 못 돼
재활용률 99% 건폐물, 실제 70% 그쳐
“사업장 폐기물 정부 통계 현실화 시급
공정 효율화… 산업별 감축방안 마련을”
“밤에는 산 아래로 바람이 부는데 이 냄새 때문에 문도 못 열어놔요.”
기자가 흙더미를 한번 들춰보니 금세 폐기물을 담는 데 쓰였던 포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령시는 현재 폐기물 출처를 특정하지 못했지만, 주민들은 지역 사업장에서 나온 폐기물로 보고 있다. 김씨는 “근처 수산물 가공업체가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폐기물을 수년간 여기 산에 묻은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건 악취만이 아니었다. 불법 매립지 부근에는 이 산에서 마을로 흘러내려 오는 물길이 있다. 상중마을 200가구는 모두 지하수를 마신다. 주민 신종임(67)씨는 “여름철에 비가 올 때는 침출수가 물길에 섞여 마을로 내려온다”며 “지하수를 이용해 생활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흙더미와 함께 매립지로 추정되는 땅 위로 침출수가 스며 나온 흔적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정부가 2019년 방치·불법투기 등 불법폐기물 전수조사에 나선 이후 최근까지 확인된 양만 190만t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환경부에 따르면 2019년 전수조사 이후 최근(11월7일 기준)까지 적발된 불법폐기물은 총 191만3000t이었고, 이 중 처리되지 못한 폐기물은 30만8000t(16.1%)으로 집계됐다.
환경부는 2019년 당시 불법폐기물 문제가 공론화되자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전수조사를 벌였고 불법폐기물 120만3000t을 확인했다. 이들 폐기물은 당시 올해까지 처리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2% 가까운 2만1000t이 남은 상황이다. 전수조사 이후 추가 확인된 71만t의 경우 미처리 비율이 40.4%(28만7000t)나 됐다.
상중마을의 불법폐기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을 괴롭히는 악취가 없었다면 영영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사업장폐기물 불법 매립이 적발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9월 강원 원주 섬강 인근 채석장 부지에서 불법 매립이 발각된 40t가량의 건설폐기물·지정폐기물 또한 매립을 주도한 업체가 중장비 기사들과 임금체불로 갈등을 빚어 우연히 드러난 것이었다. 최근 원주시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 업체 관계자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불법 매립이 확인된 이 폐기물 또한 아직 처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문제가 된 업체가 소속 직원들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업체는 폐기물을 우선 처리한 뒤 직원들에게 민사소송을 통해 비용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는데 수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남훈 안양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지난해 사업장폐기물 매립장 7곳이 새로 가동에 들어갔다”며 “그 영향으로 예전에는 지정폐기물 기준으로 t당 40만∼50만원 하던 게 최근 30만∼40만원 이하로 떨어진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업장폐기물 매립장 확대에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민간 매립장 대부분이 농촌 지역에 추진되면서 사업장폐기물 발생 책임이 없는 농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99% 재활용’이라는 착시
정부는 이렇게 늘어나는 사업장폐기물에 대해 재활용률을 제고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통계만 보면 2020년 기준 건설폐기물은 재활용률이 99.0%에 이른다. 사업장배출시설계폐기물과 지정폐기물도 재활용률이 각각 84.3%, 63.7% 수준이다. 생활계폐기물(생활폐기물·사업장비배출시설계폐기물)의 재활용률이 59.5%인 걸 고려하면 꽤 활발하게 재활용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통계상 착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활용업체에 반입된 사업장폐기물 전부가 ‘재활용’ 항목에 할당되는데, 업체에 반입된 모든 사업장폐기물이 실제 재활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남훈 교수는 “개별 폐기물마다 다르겠지만, 재활용업체로 들어간 폐기물 중 보통 15% 이상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매립된다”며 “중요한 건 이렇게 재활용업체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사업장폐기물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누락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상 재활용률이 100%에 육박하는 건설폐기물 또한 실제 재활용률은 70% 정도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나마 재활용되는 건설폐기물의 경우 그 재활용 수준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콘크리트만 하더라도 순환골재로 재활용된다고 하지만 품질 수준이 높지 않아 단순히 부순 뒤 자갈과 섞어 도로나 주차장을 까는 데 그칠 뿐이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보령=글·사진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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