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해제에도 반응 없는 시장… 남은 3가지 카드는
DSR·취득세 중과·서울 조정지역 등 남아
”내년 전망 더 어두워… 규제 완화해야”
‘부동산 연착륙’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도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하는 기간에는 지금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많은데다, 내년에는 더 심각한 부동산 시장 침체가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따르면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2023~2024년에 걸쳐 주택시장 하향 동조화 현상이 보다 뚜렷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이달 초 발표한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수도권 집값이 2.0%, 지방 3.0% 등 평균 2.5%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산연은 올해 집값 하락률 추정치를 -1.8%로 제시했는데 이보다 낙폭이 더 커지는 셈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집값이 조정받는 것은 필요할지 모르나 부동산 시장 경착륙은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낼 수 있는 정책 카드로는 3가지 정도가 거론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해제 그리고 서울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조치 등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내놓은 일련의 정책들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조금 더 지켜본 이후 남은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온기 없는 시장… “DSR 완화해야” 목소리 커져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월간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넉 달 연속 1000건을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6일까지 신고된 10월 매매거래 건수는 475건으로 7월(644건), 8월(671건), 9월(612건)에 이어 1000건 미만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시장에는 전월세 물량만 쌓여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전월세 매물 건수는 16일 기준 8만1781건으로 한 달 전(7만1254건)대비 14.7% 늘었다. 가격 급락기를 맞아 버티기에 들어간 집주인들이 전월세로 집을 내놓고 있는 상황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시장이 너무 얼어붙자 정부는 지난 14일부로 투기과열지구였던 경기도 수원, 안양 등 총 9곳과 조정대상지역였던 경기도 22곳, 인천 8곳, 세종 등 총 31곳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그렇지만 시장은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이미 규제를 완화한 지역에서도 움직임이 없는 가운데 서울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렇게 되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가 추가로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규제 완화로 첫 손에 꼽히는 카드는 DSR이다. 정부는 지난 7월 DSR만큼은 규제를 강화한 상황으로, DSR적용 대상을 총 대출액 1억원 초과 개인 대출자로 확대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이 DSR 규제를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60% 수준으로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담보가 충분한 만큼 DSR에서 배제하거나 연소득의 범위를 높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DSR을 60~70% 수준으로 완화해도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비교하면 60% 수준으로 상당히 강한 제약을 두게 되는 것”이라면서 “대출금리가 대폭 인상돼 대출여력이 줄어든 상황임을 가정하면 DSR은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가계부채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환능력을 까다롭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이제 맞서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득에 맞게 대출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DSR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당한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취득세 중과·서울 조정지역 카드 남아… “내년 침체 본격화” 전망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세제 정상화 국정과제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취득세 중과 완화’도 나올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주택 거래를 얼어붙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현재 다주택자가 주택을 사면서 내는 취득세는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고세율이 12%에 달하는데, 이 세율을 낮춰주자는 게 시장의 요구다.
다만 다주택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이니 만큼 다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방세인 취득세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 역시 “주택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완화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일부에 남아 있는 조정대상지역의 해제 역시 마지막 남은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일시에 양도세 중과, 양도세 비과세 요건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부동산 세금 규제와 청약, 대출 규제 등을 해제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 추가 해제에 나서면서 서울 전역과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 4곳만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남게 됐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가격이 너무 급격하게 오르거나 내리면 경제주체가 적응을 하지 못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된다”면서 “경제주체가 시간을 갖고 대응할 수 있도록 예측가능한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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