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열공폰' 그만 쓸래"…고3 수능생 노린 '불법 보조금' 기승

오현주 기자 2022. 1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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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신도림 판매점 '수능 특수' 노린 별도 지원금 마케팅
수능생에 2만~3만원 더 주기도…방통위 "꾸준히 모니터링"
일명 '스마트폰 구매 성지'로 불리는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점. 2022.11.17.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40대 후반 여성 김모씨는 수능이 끝나면 수험생 딸에게 최신 아이폰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딸 정모양(19세)은 '파란색 말풍선'으로 표시되는 애플 '아이 메시지'로 친구들과 대화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데이터 차단'이 되는 일명 '열공폰'을 부모님이 사준 탓에 그러지 못했다.

청소년용 중저가 폰에서 플래그십 폰으로 갈아타려는 수능 수험생을 노린 '불법 보조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휴대전화 판매점은 수능 응시표를 보여주면 지원금을 더 주겠다고 강조한다.

지난 17일 오후 '스마트폰 구매 성지(聖地)'로 알려진 서울 신도림 테크노마트 성지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10곳 중 4곳은 매장에 '수능 특가'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이날 방문한 판매점 5곳은 LG유플러스 9만5000원 요금제를 가입한 뒤 선택약정을 택하면 아이폰14 일반·플러스 라인(128GB) 기기변경 추가 지원금으로 45만~48만원대를 제시했다. 이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출고가 125만원 아이폰14(128GB)의 실구매가는 80만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또 SK텔레콤의 경우 9만9000원 요금제(선택약정)로 아이폰14 기본 모델 2종을 바꾸면 40만원 수준의 지원금을 더 준다고 점주들은 홍보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명 'M자 탈모'로 불리는 노치 대신 움직이는 '다이내믹 레인지'를 적용한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 제품의 추가 지원금은 10만원대에 그쳤다.

'수능 특가' 등 마케팅 문구를 매장에 써놓은 신도림 휴대폰 판매점. 2022.11.17. 오현주 기자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2만원 정도의 별도 지원금을 준다는 곳도 있었다. '학생폰 전문' '수능 특가'와 같은 마케팅 문구를 가게 앞에 써놓은 매장 직원은 "아이폰14·갤럭시Z플립4 상관없이 수험표만 가져오면 2만~3만원 정도 자체 지원금을 더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은 2년 전 출시된 아이폰12 미니 128GB 모델에 대한 지원금을 준비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상위 모델과 달리 아이폰14 기본 라인업의 경우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판단에 저렴한 과거 모델을 찾는 10대 수요층을 노린 것.

일명 '성지 매장'이 주는 불법 보조금은 일반적으로 통신사에서 판매점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으로부터 마련된다. 통신사에서 휴대전화 판매 가게에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업체에서 정해진 범위(공시지원금의 15%)를 넘어 보조금을 더 주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 지원금은 통신사 '선택약정 할인' 또는 '공시지원금'을 택한 소비자 모두에게 별도로 주어진다. 여기서 '선택약정 할인'은 통신사 공시지원금을 받는 대신 1년 혹은 2년을 약정해 매월 25%의 요금제 할인을 받는 제도다. 단통법상 단말기 구매시 선택약정 할인을 받으면 그 이외에의 지원금이 제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유통망에서는 불법 리베이트(판매장려금) 정책을 펼치고 있다.

불법 보조금 성행이 소비자 입장에서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8만~9만원대 이상의 비싼 요금제를 일정 기간 써야 하고, 유료 부가서비스도 강제로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할부로 인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 남은 기기 값을 즉시 현금으로 내야하는 일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현재 '수능 특수'를 노린 보조금 경쟁을 주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수능 때문에 '불법 보조금'이 많이 풀린다는 얘기를 들어 모니터링을 하는 등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며 "통신사도 판매 장려금 차별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감독 측면에서 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통신3사와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는 '수능생 대상 이벤트'에 한창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젠지'(Gen Z) 세대인 10대 수험생을 핵심 고객층으로 포섭하고자 '갤럭시Z 폴드4·플립4'와 '갤럭시S22' 시리즈를 구매할 경우 무선 이어폰 '갤럭시버즈2 프로'를 무료로 준다.

20대들의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점을 노린 것도 있다. 실제로 한국 갤럽이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만 18~29세 스마트폰 사용자의 52%는 아이폰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삼성전자(42%)·LG전자(1%) 스마트폰 순이었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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