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즈 7대 대도'가 지목한 후계자는? "우준인 군대가고, 원준이가 해야죠"[KBO 시상식]

허행운 기자 2022. 11. 1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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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지난 2019시즌을 마치고 '타이거즈 7대 대도'에 이름을 올렸던 박찬호(27·KIA 타이거즈)가 3년 만에 다시 도루왕 타이틀을 탈환했다. 타이거즈 1군 멤버들 중 유일하게 타이틀 홀더에 등극한 그는 영예로운 시상식 자리에서 '8대 대도'가 될 후계자를 지목했다.

지난 17일 열린 KBO리그 시상식에서 도루왕 트로피를 수여받은 박찬호(KIA 타이거즈). ⓒ연합뉴스

박찬호는 지난 17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 참석해 도루왕 트로피와 상금을 수여받으며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각 부문 타이틀 홀더를 향한 시상은 물론 리그에서 가장 빛난 별인 MVP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신인왕으로 정철원(두산 베어스)이 각각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박찬호는 올해 KIA의 가을 무대 진출을 이끈 공격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올해 각종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하이를 작성하며 물오른 공격력을 선보였다. 총 130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1리, 출루율 3할4푼4리, 장타율 3할4푼을 기록했다. 적은 수치지만 그가 기록한 4홈런 또한 개인 기준 한 시즌 최다 홈런이기도 했다.

자신의 통산 타율 2할4푼2리를 상회하는 기록을 남긴 박찬호는 올해 동료 류지혁과 함께 KIA의 리드오프 자리를 사실상 양분해서 도맡았다. 그리고 한층 정교해진 타격과 높아진 출루율이 이날 그가 타이틀을 획득한 '도루왕'과 맞물리며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 그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스탯티즈 기준)에서도 3.02를 찍으면서 KIA 타선에서 뺴놓을 수 없는 활약을 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는 한층 늘어난 도루의 비결에 대해 "아무래도 출루가 예년보다 많아져서 기회가 늘어났다. 그렇다 보니 시도도 많아졌다. 감독님께서도 그린라이트를 편하게 많이 내주셔서 뛸 타이밍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올해 도루 시도 확률이 22.9%로 가장 높았다. 도루왕 타이틀을 두고 경쟁했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이 16.7%로 2위였다는 점을 보면 그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훔쳤는지 알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도루 성공률 또한 83.7%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2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 중에서 심우준(kt·92%), 박민우(NC·84%)에 이은 3위에 달한다.

2루 베이스를 훔치는 박찬호(KIA 타이거즈)와 이를 저지하려 하는 유격수 심우준(kt 위즈). ⓒ스포츠코리아

그만큼 자주 시도했고 자주 성공했던 박찬호였기에 도루왕 타이틀은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실 시즌이 깊어질 때만 해도 도루왕은 김혜성이 유력했다. 지난 7월까지 도루 부문 1위는 홀로 30개 고지를 밟은 김혜성은 21개를 찍던 공동 2위 그룹과의 격차도 꽤 됐다.

하지만 8월부터 박찬호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한달동안 폭풍같은 스피드로 10개를 추가한 박찬호는 순식간에 김혜성과 차이를 좁혔다. 그리고 김혜성이 9월 5일 치명적인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서 이탈하면서 사실상 박찬호가 유일한 후보로 떠올랐고 그 기세를 그대로 유지해 결국 41도루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찬호는 "딱 1,2위 역전이 됐을 때 조금 (타이틀에 대한) 생각을 했다. 원래 2019년에 도루왕 따냈을 때, 그때가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도루가 부상 위험이 있는 플레이다보니 타이틀만을 위해 막 몸을 날리고 싶진 않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17일 KBO리그 시상식에 참석한 최원준(상무). ⓒ연합뉴스

이어 그는 "내년에는 도루왕 그만하고 싶다. 저는 딱 30개만 할 것"이라며 선을 긋더니 차기 도루왕을 가져갔으면 하는 후보를 한 명 언급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날 함께 시상식에 참석한 상무의 최원준.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최원준은 올해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에서 타율 3할8푼2리를 찍어 남부리그 타격왕 트로피를 받으러 행사장을 찾았다.

박찬호는 "(트로피를 가리키며) 내년에 이거 원준이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남한테 주는 것 보다는 그래도 우리 팀한테 주는 게 낫지 않나"라며 웃음지었다. 

취재진이 그의 절친인 kt 위즈의 유격수 심우준이 도루왕 타이틀을 탐낸다는 이야기를 건네자 박찬호는 "걔는 군대 갔다 와야죠"라며 "전역도 아니고 입대도 안했으면서 벌써 그 이후 이야기를 하는거지"라며 친한 사이끼리 할 수 있는 유쾌한 농담을 건넸다. 심우준은 상무 1차 서류 합격 이후 체력 테스트까지 거친 상태다.

과연 박찬호의 바람대로 최원준이 선배의 업적을 물려받을 수 있을까. 최원준은 다음해 6월 전역을 알린 후, 원 소속팀인 KIA로 복귀할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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