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쪽’같은 한국농업

김다정 2022. 11. 1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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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채널A TV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여섯살이 됐지만 이유(離乳)를 하지 못한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이가 계속 모유를 먹고 싶다고 떼를 쓰다보니 통상적으로 길어야 2년 이내에서 마무리되는 모유 수유가 여섯살이 될 때까지 이어진 것이다.

최근 한국 농업이 딱 '금쪽이' 같다.

본래는 금처럼 귀한 것이지만 자립을 못하거나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아이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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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채널A TV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여섯살이 됐지만 이유(離乳)를 하지 못한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아이가 계속 모유를 먹고 싶다고 떼를 쓰다보니 통상적으로 길어야 2년 이내에서 마무리되는 모유 수유가 여섯살이 될 때까지 이어진 것이다. 아이는 모유를 계속 먹는 탓에 치아가 부식되는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었다.

원래 ‘금쪽’의 사전적 풀이는 ‘금처럼 귀하다’는 뜻이지만 요즘엔 이 단어를 원래 용례대로 사용하는 사람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앞서 밝힌 방송에서 문제 아동을 이름 대신 ‘금쪽이’로 부르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생떼를 쓰거나 과한 욕심을 부리면서 부모 훈육을 거부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최근 한국 농업이 딱 ‘금쪽이’ 같다. 본래는 금처럼 귀한 것이지만 자립을 못하거나 멀리 내다보지 못하는 아이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우선 계속되는 ‘문익점’ 논란을 예로 들 수 있다. 일본 포도 품종의 무단 도입이 그것인데, 헐벗은 고려 백성들의 추위를 막기 위해 목화씨를 숨겨온 문익점과 달리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무단으로 묘목을 도입하는 사례는 사실 ‘문익점 논란’이라고 칭하기도 죄스럽다.

몇년 새 ‘프리미엄 과일’로 급부상한 <샤인머스캣> 포도의 몰락 역시 한국 농업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송이당 산지가격이 만원을 넘어가는 고급 포도 등장에 너도나도 심기 시작했고, 이는 생산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품질이 낮아도 어떻게든 빨리 출하해 한몫을 챙기겠다는 일부 농가의 욕심까지 더해져 <샤인머스캣> 경락값은 요즘 그야말로 ‘반타작’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사실 ‘돈이 된다’ 싶은 품목·품종은 재배면적 급증에 따른 생산량 증가, 가격 폭락이 매번 반복된다. 당장 이번 가을·겨울 배추값이 그렇다. 여름배추 생산량 감소로 ‘금추’ 얘기가 돌자 가을배추는 모종 구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당연히 생산량이 증가했고, 가격은 내려앉았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가을배추 생산량은 지난해 대비 110% 수준이며, 11월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29% 낮을 전망이다.

편한 길,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검증된 해외 품종을 무단으로 들여와 비싼 값에 판매하고, 남들이 재배하는 게 좋아 보이면 큰 고민 없이 따라 심는 것이 당장은 편하고 쉬운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금쪽이’일 수는 없는 법. 한국 농업의 ‘홀로서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다정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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