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우디發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

조선일보 2022. 11. 18.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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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의 회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맞춰 17일 한국 기업들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들이 총 26건 계약·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합치면 300억달러에 달한다고 사우디 투자부 장관이 밝혔다. 빈 살만 왕세자의 3년 전 방한 때 결정된 투자액의 4배다. 이날 성사된 계약은 상당 부분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의 44배 크기로 짓는 네옴시티와 관련한 것이다. 총사업비가 5000억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제2의 중동 특수’란 말이 실감 난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세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며 구체적 협력 분야로 수소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 방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협력 등을 거론했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국가 개조 구상을 갖고 있다. 네옴시티 외에도 각종 메가 프로젝트가 잇따를 전망이다. 수소, 원전, 방산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란 점에서 이날 빈 살만 왕세자의 언급은 고무적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 3중고에다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특히 고공 행진 중인 유가가 물가 상승과 적자 폭 확대를 부채질한다는 점에서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위기를 공격적 중동 진출로 극복한 것처럼 이번에도 사우디발(發) 특수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중동은 지정학적 위험이 큰 지역이다. 사우디와 밀착하면 숙적 이란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최근 사우디가 석유 감산 문제로 미국 바이든 정부과 얼굴을 붉힌 것도 한국에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이런 지정학적 위험 요인과 민감한 외교적 변수를 잘 따져 우리 기업들에 안정적 비즈니스 환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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