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상화된 ‘年 100조원 재정 적자’, 건전 재정 국가의 추락
올 들어 9월까지 나라 살림이 92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마지막 예산까지 빚을 내 뿌리는 초대형 적자 예산을 편성한 데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소상공인 손실 보상 등을 위해 62조원의 추경 예산까지 편성했기 때문이다. 연말엔 적자액이 111조원으로 불어 정부 총지출의 16%에 이를 전망이다. 2020년 112조원 적자를 낸 이래 매년 100조원 안팎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법인세 등이 더 걷혀 작년보다 세수가 40조원 이상 증가했는데도 재정 적자는 오히려 20여 조원 급증했다. 대규모 재정 적자가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400조원대 예산으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5년 만에 예산 규모를 600조원대로 불려 놓았다. 긴급할 경우에만 해야 할 추경도 10번이나 편성해 150조원을 더 뿌렸다. 그 결과 국가 부채가 400조원 이상 불어났고,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6%에서 50%로 높아졌다. 비판이 높아지자 허울뿐인 재정 준칙을 만들었지만, 그조차 시행 시점을 차기 정권으로 떠넘겼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4대 국정 과제의 하나로 설정하고 GDP 대비 적자액을 3% 이하로 관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 재정 준칙 법안을 지난 9월 마련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짜는 첫 예산안에 실질적 변화가 담겨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은 예산 심의에서 재정 건전화를 기조로 하는 내년 예산안의 틀을 다 바꾸고 있다. 윤 정부 핵심 정책 관련 예산은 1000억여 원 삭감하고, 대신 기초연금 확대, 소상공인 취약 차주 지원, 영구 국민 임대주택 공급, 쌀 의무 매입, 청년수당 지급 등 자신들이 ‘10대 민생 사업’으로 선정한 사업 예산은 마구 증액해 현재까지 3조원 이상 늘려 놓았다. 누가 집권당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20여 년 전 IMF 사태 당시 한국 경제를 되살린 최후 보루는 재정 건전성이었다. 내년엔 세계 경체 침체가 본격화된다. 경제 위축은 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재정 여건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재정을 최대한 아껴야 할 시기다. ‘100조원 적자’를 일상으로 만들어 놓은 민주당이 정권을 잃고도 빚을 더 내 뿌리자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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