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돈 없어 결혼 못해”

강경희 논설위원 2022. 11. 18.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아침에는 편의점 빵을 먹고 점심은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고 밤에도 가게 음식을 사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내 몸 대부분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일본 여류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18년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36세 독신 여성의 삶을 그린 자전적 소설 ‘편의점 인간’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을 받았다.

▶밀양의 오래된 아파트에 홀로 사는 47세 유튜버 ‘독거 노총각’은 짠한 일상의 동영상으로 구독자 17만명인 유명 인사다. 프랑스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촬영까지 나왔다. 새벽에 혼자 라면 끓여 먹으며 “삶은 라면입니다. 삶이 다 이런 거죠”라고 책 읽듯 읊조리고 “김밥 3줄에 4500원을 소비하였다. 월급날이라 과소비했나. 한 줄 4500원짜리 고급 돈가스 김밥 먹으면서 장가 못 갔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이렇게 살아가는 거죠”라고 목 늘어진 누런 러닝셔츠를 입고 독백한다. 그의 동영상에는 독신남들의 응원 댓글이 수백 개씩 달린다. “대한민국 독거 노총각들의 희망이자 등불” “우리 함께 노총각으로 100세까지 가봅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사람이 2년 전보다 더 줄어 50.0%에 그쳤다. 미혼 남자는 37%, 미혼 여자는 22%만 결혼을 한다고 했다. 연애도, 동거도, 출산도 자유로운 서구형 비혼족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결혼 안 하는 건 돈 없고(28.7%) 일자리 불안정해서(14.6%) 못 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혼인율까지 바닥은 아니다. 2020년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는 4.2로, OECD 15국 중 여섯 번째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우리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도 출산율은 우리보다 높다. 신생아 10명 중 4명가량이 결혼 안 한 동거 커플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우리와 일본의 혼외 출산 비율은 2.1%, 2.3%에 불과하다. 우리는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야만 아기도 낳는 사회다.

▶경기 침체로 돈 없고 일자리 없어 젊은이들이 결혼 못하고 그 결과 출산율이 뚝 떨어지는 현실을 먼저 경험한 일본은 나라가 앞장서서 젊은이들 결혼을 장려했다. 2000년대 중반 ‘혼활(婚活·결혼활동)’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우리도 ‘혼활’ 장려가 필요한 수준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결혼 및 출산 대책은 ‘미쳤다’는 말까지 듣는 집값을 떨어뜨리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