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제로 코로나의 끝
이번에 조선일보 베이징 특파원으로 새로 부임한 이벌찬 기자가 노보에 중국 입국 경험담을 올렸습니다. 입국 전후로 총 16번 코로나 검사를 받았고, 입국 직후 공항 인근 허름한 호텔을 배정받아 벌레가 기어 다니는 다섯 평짜리 방에서 하루 세 끼 도시락을 먹으며 12일간 갇혀 지냈다고 합니다. 글만 읽어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해외 입국자 처우가 이 정도니 확진자나 코로나 집단 발발 지역 거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본권을 박탈당한 채 배급받는 음식과 의약품으로 연명하며 기약 없는 봉쇄 해제를 기다려야 합니다.
중국인들과 중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이런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방역 정책을 무려 3년 가까이 견뎌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별 탈 없이 체제를 유지해온 것을 보면 한편으로 중국인들의 인내심에 놀라고,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의 통제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인내심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애플 아이폰 공장이 있는 정저우에서는 노동자와 대학생들이 봉쇄령을 어기고 무더기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며칠 전엔 중국 광저우에서 시민 수백 명이 코로나 봉쇄에 항의해 바리게이드를 쓰러뜨리며 늦은 밤 격렬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많은 사람 눈에 무모해 보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알 수 없습니다. 뒤늦게 코로나 환자가 대폭발할 수도 있고, 가혹한 방역 정책이 끝내 성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말이 어떻게 나든 중국을 우호적으로 생각해온 외국인과 중국 국민에게는 두고두고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로 다룬 중국 탈출극은 그런 트라우마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요즘 중국 소식을 들을 때면 예전에 만난 중국 사람들이 가끔 떠오릅니다. 중국에서 알게 된 사업가와 교수, 미국에서 가깝게 지냈던 젊은 유학생 부부, 해외 취재 현장에서 만난 기자들까지 다들 친절하고 영리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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