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알짜 재건축… 건설사 단 한 곳 손들었다

신수지 기자 2022. 11. 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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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조합들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와 건설 자재 값 인상,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중단 등의 여파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에 신중해진 탓이다. 대형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서울 재개발·재건축도 시공사 선정 입찰이 유찰되는 곳이 늘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 입찰에는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 신중해진 건설사들, 서울 핵심 사업지도 외면… 경기침체·비용급증·대출난 탓

17일 주택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심 ‘노른자’ 사업지로 꼽히는 중구 신당 8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지난 7일 진행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건설 한 곳만 참여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비리를 막기 위해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단수 입찰은 유찰로 본다.

신당 8구역은 서울 지하철 5·6호선 환승역인 청구역과 인접한 역세권 입지에 최고 28층 아파트 16개 동 1215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 공급 가구 수의 절반에 달해 사업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전에 조합이 진행한 설명회에는 포스코건설 외에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정작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애초 업계에선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이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이달 초 수주한 한남 2구역에 집중하느라 신당 8구역 입찰은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올 하반기 재건축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도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이 무산됐다. 이 단지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역세권 대로변에 자리 잡은 439가구 규모 아파트다. 재건축을 통해 843가구를 짓는데 일반분양 가구가 많아 강남권 알짜 사업지로 꼽혔다. 이곳도 현장설명회엔 15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정작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한 곳뿐이었다. 이 밖에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광진구 중곡아파트 공공재건축 등도 시공사를 찾지 못해 재입찰을 하거나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수익성 나빠질까 수주 꺼려

건설 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건설 비용이 올라 수익성이 나빠지자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에 몸을 사리게 된 탓이다. 건설 자재 값 개념인 ‘건설용 재료 물가지수’는 지난 9월 144.86으로 작년 초(108.62)와 비교해 33% 올랐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가운데 삼성물산을 제외한 9개 건설사는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11월 전국 주택사업 경기전망지수도 40.5로 2012년 조사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요즘 건설사들은 서울 주요 입지라도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으면 수주에 나서지 않고 보유 현금을 지키는 데 치중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중소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였던 소규모 정비 사업은 상황이 더 어렵다. 울산 울주군 서울산 가로주택정비조합과 경북 포항시 두호1056블록 가로주택정비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두 번째 현장설명회를 열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소규모 정비 사업은 일반분양이 많이 나오지 않는 데다 공사비까지 급격하게 오르자 건설사들이 아예 손을 놓는 분위기”라며 “지방은 물론 수도권도 당분간 사업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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