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칼럼] 의사 인력 확충의 올바른 방법

국제신문 2022. 11. 18.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 이용이 과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에 의하면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가 14.7회다. 독일 9.5회, 프랑스 5회, 스웨덴 2.2회, 그리고 OECD 평균은 5.9회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OECD 평균에 비해 2.5배나 외래 진료를 많이 이용했다.

이는 입원 진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연간 19.1일인데, 독일 8.7일, 프랑스 9.1일, 미국 6.2일, OECD 평균 8.3일에 비해 매우 길다. 우리나라의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는 OECD 평균의 2.3배인데, 이는 입원하면 OECD 평균에 비해 2.3배나 길게 병원에 머무른다는 뜻이다.

의료 이용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와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2.5배와 2.3배라는 심각한 과잉을 보였는데, 성격이 유사한 다른 지표들도 마찬가지다.

첫째는 ‘인구 천 명당 병원 병상 수’인데, 우리나라는 12.7병상이다. 이는 독일 7.8, 프랑스 5.7, 미국 2.8병상에 비해 매우 많은 것이며, OECD 평균(4.3병상)의 약 3배다. 둘째는 ‘인구 100만 명당 고가의료장비 보유 대수’인데,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 명당 MRI는 34.2대이고 CT는 40.6대이다. 이는 OECD 평균인 18.3대와 29.1대에 비해 각각 1.9배와 1.4배 많은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의사 수’가 그것인데, 한국은 의사 수가 극단적으로 적은 나라다. 2020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해 2.5명이다. 독일 4.5, 프랑스 3.2, 스웨덴 4.3, 노르웨이 5.1명에 비해 매우 적다. OECD 꼴찌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임상의사 수는 OECD 평균(3.7명)의 68%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의 68%에 불과한 의사 수로 OECD 평균의 2.5배나 되는 과잉 진료 성적을 거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병상과 의료장비를 이용해 진료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은 3분 진료와 예방 가능한 의료사고 급증 등 ‘의료서비스 질 저하’ 문제뿐만 아니라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 국민의료비 증가 속도라는 ‘거시적 비효율’을 초래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병상 수와 의료장비를 줄이고, 의사 수는 확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의학계열 졸업자 수’는 7.2명이다. 이는 독일 12, 프랑스 10, 미국 8.2명보다 적고, OECD 평균(13.2명)의 55%에 불과하다.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의사 수를 늘리자는 데 동의하는 게 옳다.

참고로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인구 대비 의사와 의대 졸업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의사 수 확대를 합의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의사 수 확충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선진국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겠지만 노인인구의 급증으로 의료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가 가장 적은 국가인데, 설상가상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라 의료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 각지에서 요구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지방의 대형병원에서는 연봉 4억 원을 주고도 필수과목 전문의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방 대학병원도 의사 인력난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OECD 평균의 68%에 불과한데, 수도권과 대도시에 몰려있고 필수과목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것이 지역소멸 가속화의 중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의대 입학정원의 10~20%를 늘려야 한다. 이후 주기적 평가를 통해 입학정원을 조정하면 된다.

입학정원을 이렇게 탄력적으로 운영하려면 의과대학 신설보다는 기존 의대의 입학정원을 늘리는 방식이 옳다. 입학정원 100명 이하인 의대는 100명으로, 100명인 의대는 120명으로 늘려주는 방식으로 필요한 만큼 입학정원을 확충하면 된다. 이런 방식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입학정원을 줄일 때도 부작용이 거의 없다. 또 입학정원 100명 이하의 의대를 효과적·효율적 의대로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늘어난 입학정원에 대해서는 선발 방식을 달리 정해야 한다. 의대 교육은 고교 성적 상위 2%만이 이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가령 상위 20%까지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되, 선발은 적성과 면접에 가중치를 두도록 한다. 공공의사로서 사명감과 자질에 강조점을 두자는 것인데, 이렇게 선발된 입학생은 졸업 후 내·외과 등 필수과목 전문의가 될 확률이 높다.


국가는 연간 400~800명의 입학생에게 교육비·생활비를 지원하되, 이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국가가 배치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10년을 근무하고 해당 광역지역에서 5년간 추가로 의료업에 종사해야 한다. 이런 조건은 대학 입시전형에 명시된 것이므로 훗날 자의적으로 변경하거나 파기할 수 없게 된다.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