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기획, 핵심 포착하고 시의적절… 절약 필요성 지속적으로 알려야

정리/김정형 기자 2022. 11.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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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11월 정례회의]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태수·장부승·민세진·고산 위원, 안덕기 부국장, 김도연 위원장, 금현섭·박상욱 위원. /김지호 기자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가 지난 14일 정례 회의를 열고 지난 한 달 조선일보 지면과 온라인 기사에 대해 토론했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고산(에이팀벤처스 대표), 금현섭(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태수(변호사), 민세진(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박상욱(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장부승(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 위원과 안덕기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김별아(소설가), 김재련(법무 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 박원호(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윤혁(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한준(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위원은 따로 의견을 보냈다.

[이태원]

- 이태원 참사 비극 앞에서 신문을 펴기가 두려운 날이 이어졌다. 재난 보도 준칙을 무시하는 재난 보도의 선정성을 염려하며 조선일보를 폈는데 다행히 중심을 잡고 정석을 따른 것 같다. 작은 독자 제공 사진 말고는 시신 직접 노출이나 자극적 현장 사진은 없었고, 사건 개요, 관리 매뉴얼, 책임 소재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특히 배우 손숙(10월 31일 자)과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의 특별 기고(11월 1일 자)는 대형 재난으로 상처 입은 공동체 구성원 전체에 대한 메시지라 위로가 되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법>(11월 3일 자 헬스면) <정신과 의사가 권하는 슬픔에 잠긴 모두를 위한 책>(11월 5일 자 북스면) 등도 시의적절했다. 군중 행동·심리 전문가 클리퍼드 스토트 교수 인터뷰(11월 7일 자 A30면)는 전문가 분석을 통해 다중 밀집 사고 예방과 대처법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 <’중단’과 ‘취소’만 올바른 추도? 5년 전 맨체스터는 ‘사랑’과 ‘용기’를 노래했다>(’아무튼 주말’ 11월 12일 자 B3면)는 국가가 정해준 애도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애도 기간을 일방적으로 정하면 몇 달간 큰 행사를 준비했던 사람들은 일순간 비정한 사람이 돼버린다. 그런 애도는 강요된 애도가 된다. 이 기사는 애도할 자유, 일상을 유지할 자유를 틀로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치권의 상호 비방 기사가 지나치게 많아 신문 읽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정치권에서 서로 비방하면서 쓰는 막말이나 과한 표현을 그대로 인용해 기사 표제로 쓰는 것은 기사의 품격을 떨어뜨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풍산개]

- 문재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이 화제가 되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풍산개 두 마리 양육비가 어떻게 월 250만원이나 되는지, 법적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당초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기록관 사이에 체결된 위탁 협약서에는 월 250만원 예산 편성 근거가 명시되었을 텐데, 이를 꼼꼼히 따지지 않아 궁금증을 키웠다. 또 대통령기록물관리법과 시행령 등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직자 선물 규정이 있는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등 건설적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 대다수 언론이 풍산개 보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사안은 하찮은 주제를 억지로 이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논쟁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것이 무엇인가. 우리 공동체를 더 낫게 하기 위한 어떤 토론을 촉발했는가. 결과적으로 정파적 대립만 강화했을 뿐이다. 중요 논쟁거리가 많은데, 지면을 허비한 것 같아 아쉽다.

- <원·하청 차별 개선할 묘책이 안 보인다>(10월 25일 자 A35면) 칼럼은 정부의 노동 개혁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노동 현장 문제점을 균형감 있게 지적했다. 편향성을 지양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노사 관계 개선과 쟁의 쟁점을 분석하는 기사가 많았으면 좋겠다.

- <결석 잦으면 심층 상담.. 1만4501명 자퇴 막아>(10월 28일 자 A12면)는 우리 사회의 교육이 성과와 경쟁에 몰입하는 상황에서 한 명의 학생도 뒤처지지 않고 끝까지 교육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는 ‘학업 중단 숙려제’ 현황과 필요성을 잘 소개했다.

- <마을 살리려.. ‘소각장·장례장 유치’ 역발상>(11월 12일 자 A2면)은 님비 현상과 함께 지역 간 갈등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사고 전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례를 보여주었다.

- <값싼 에너지 시대는 끝났다>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기 절약에 대해 국민의 주의를 환기하는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사설: 한전 적자 21조, 전기료 현실화하고 소비는 줄이는 방법뿐>(11월 12일 자)은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 요금 문제를 잘 지적했다. 전기 절약은 캠페인만으로 이루기 어렵다. 적정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전력의 엄청난 누적 적자는 결국 그간 정부가 포퓰리즘에 영합해 전기 요금 인상을 무책임하게 미루어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빚을 넘기며 살고 있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절전하는 습관을 가지고 요금 인상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고 언론이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채권 시장]

- <[신순규의 월가에서 온 편지] 레고랜드發 ‘돈맥경화’.. 지자체도 신용 등급 평가해야>(B11면)는 레고랜드에서 촉발한 자금 시장 경색 사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지급 보증을 하기로 한 강원도가 어떻게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지자체는 별도 신용 등급이 없어 채무 불이행에 대한 불이익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전문가 시각으로 바라보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 <’둔촌주공’ 12% 고금리로 조달.. 자금시장 여전히 불안>(10월 29일 자 A8면)에서 고금리로 받은 변동금리 주택 담보대출을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정책과 관련, 정부가 대출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 어려운 채권 시장의 돈줄을 마르게 할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원 조달을 위해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후 <집값 6억으로 문턱 낮춘 안심전환대출.. 갈아탈까 말까>(11월 11일 자 B2면)는 소비자 처지에서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 왜 신청 안 하나’ 식으로 기사를 썼다. 안심전환대출이 흥행에 성공하면 한전채 과다 발행 등으로 경색된 채권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두 기사가 일관된 메시지가 아니라 독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 <제자리 찾은 원자력 정책>(11월 3일 자 A34면) 등 탈원전 관련 기사가 많았다. 원전 산업은 지난 정부 때 무모하게 치켜들었던 적색 신호등 때문에 한참 정체되었다. 이제 녹색 신호로 바뀌면서 질주하는 듯한 모습인데, 무슨 일이건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자력은 에너지, 환경, 경제, 국방, 정치 등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균형 있는 의견을 제시하면 좋겠다. 시급한 문제는 사용후핵연료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핵 폐기장 건설을 미루는 것은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구직자]

- <2년 넘게 구직 실패.. 눈물의 취준생 35만명>(10월 20일 자 A2면)은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선거철에만 반짝하는 상황에서 장기 구직자들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주었다. 장기 미취업자들은 불행한 평생을 보낼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해결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지적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QS 2022 아시아 대학 평가>(11월 9일 자 A1·10면) 기사를 보면, 대학을 바라보는 시각이 대학 간 경쟁력 강화나 순위 경쟁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가 대학에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 수요가 많아지는 것과 관련, 고등교육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논의의 장을 언론에서 마련해야 한다.

- <”임금 상승→물가 상승 ‘인플레이션 악순환’ 고리 끊으려면 이민 늘려야”>(11월 11일 자 B10면)는 미국의 사례를 들면서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해법이 마치 ‘이민’인 것처럼 제목을 달았는데, 너무 단정적으로 보인다. 임금과 물가 상승 상황이 미국과 비슷하다고 해서 대책까지 비슷한 것은 아니다. 또 미국은 이민자들이 주축이 되어 형성된 국가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민 정책이랄 것도 없이 외국인 근로자 정책만 있는데, 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 정부가 최근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14조 5000억 자산 매각 계획을 발표한 것이 단신으로 소개됐다. 불필요한 자산 매각을 통해 더 생산성이 높은 민간 자산으로 전환하자는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헐값 매각은 아닌지, 특정 개인·기업으로 자산 집중은 아닌지, 활용 측면에서 도리어 공익에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철저히 체크해야 한다. 공공기관 효율화가 이슈로 제기되면 일단 자산 매각 카드부터 꺼내는 정부의 관행적·근시안적, 보여주기식 행태가 아닌지 감시해야 한다.

[메타버스]

- <메타버스 시장 3년 새 5배 성장 전망.. 기업도 올라타야 산다>(10월 31일 자 A33면)는 메타버스의 경제적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는데, 최근 현실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메타버스 거품이 걷혀 가는 상황에서 더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반면 <메타버스, 장밋빛이 잿빛으로>(11월 3일 자 B2면)는 암초에 부딪힌 메타버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장단기 시점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 <”양배추보다 빨리 시든” 트러스.. 메르켈의 신중함도, 대처의 내공도 없었다>(‘아무튼 주말’ 10월 29일 자 B3면)는 영국 트러스 총리가 44일 만에 물러난 것을 여성 리더십 문제로 접근했는데, 맞지 않는 접근 방식이다. 트러스가 그냥 잘못한 것이지 여자여서 잘못한 게 아니지 않은가. 트러스의 실정(失政)을 여성 리더십 문제로 끌고 간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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