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인 대출업체들 상환중단·파산준비… 거래소·펀드도 줄타격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2022. 11. 1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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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 여파로 ‘도미노 붕괴’ 공포

가상 화폐 시장이 FTX발 도미노 붕괴 공포에 휩싸였다. 가상 화폐 업체들은 대출 형태로 서로 가상 화폐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은데, 글로벌 ‘빅3′ 업체 한 곳이 흔들리자 연결된 다른 대부업체, 거래소, 펀드 등이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탈중앙화를 내세워 디지털 자산을 서로 빌려주며 풍선처럼 부풀었던 가상 화폐 세계가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했다.

◇연달아 이어지는 2차 붕괴

FTX의 붕괴는 가상 화폐 대출 업계의 큰손인 제네시스 트레이딩을 흔들었다. 제네시스는 앞서 지난 6월 가상 화폐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캐피털의 파산으로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날린 상태였는데, 이번 FTX 붕괴로 더는 사업을 지탱하기 힘든 위기에 내몰렸다. 지급 불능 사태를 우려한 제네시스 고객들이 자금 인출을 위해 일시에 몰려들고 있지만 제네시스는 지급할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16일(현지 시각) “쓰리애로우캐피털의 파산으로 유동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고 FTX가 전례 없는 시장 혼란을 일으키며 비정상적인 출금 요청이 발생했다”고 했다.

제네시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가상 화폐 거래소 제미니도 자금줄이 끊기며 일부 서비스를 중단했다. 제미니는 고객이 가상 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주는 ‘제미니 언’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제네시스가 마비되면서 제미니 언 서비스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가상 화폐 대부업체 블록파이도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가상 화폐 가격 하락으로 위기를 맞았다가 FTX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상태였다. 당시 블록파이는 FTX로부터 최대 4억달러의 자금을 끌어오는 계약을 맺고 자산 대부분을 FTX에 예치했는데, 자산 모두를 날릴 위기다. 지난 9월 파산했다가 FTX가 인수하기로 한 가상 화폐 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은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되는 신세가 됐다.

스테판 커리, 오타니 쇼헤이

◇추락하는 가상 화폐 시장

가상 화폐 시장에선 개별 코인, 거래소 주가, 펀드들이 동반 추락하고 있다. 16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FTX에 유동성 위기가 온 지난 6일 이후 24.5~26.6% 폭락했다. 2대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도 같은 기간 14.3% 하락했고, 비트코인 관련 펀드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 주가도 23.7% 급락했다.

알레시아 하스 코인베이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FTX 붕괴의 여파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FTX의 붕괴가 가상 화폐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려면 몇 주가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사이 더 많은 업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도미노 붕괴의 원인을 제공한 FTX는 각종 소송과 조사에 직면했다. 지난 15일 FTX는 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서 문서를 업데이트하며 “이번 사태의 채권자는 당초 알려진 10만명의 10배인 100만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미 하원은 오는 12월 FTX 붕괴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맥신 워터스 위원장은 “FTX 붕괴는 재앙이고 이용자들은 방치돼 있다”고 말했다.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를 지지하고 FTX 홍보에 나섰던 미 미식축구 선수 톰 브래디, NBA 선수 스테판 커리,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 메이저리그 선수 오타니 쇼헤이도 집단소송을 당했다.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 로펌은 “FTX가 사기 계획의 일환으로 투자자들을 이용했다”며 “FTX 마케팅에 참여한 유명인들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뱅크먼프리드는 미 매체 복스와의 대화에서 “지난주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은 큰 실수”라며 “파산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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