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걸린 대작 뮤지컬 '베토벤'…"원곡 영혼 그대로 담아"

임지우 2022. 11.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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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쿤체·작곡가 르베이 신작…"편견 없는 한국 관객에게 세계 최초 공개"
"모든 넘버에 베토벤 원곡 선율 사용…인간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 무대로 옮겼죠"
뮤지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극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오른쪽) (서울=연합뉴스) = 뮤지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극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오른쪽)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하늘 위의 베토벤도 미소 지으며 편하게 볼 수 있는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의 영혼과 감정이 그대로 담긴 음악을 통해, 외롭고 상처받은 한 영혼이 사랑으로 인해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렸죠."

뮤지컬 '엘리자벳', '레베카', '모차르트!' 등을 만든 세계적인 뮤지컬 콤비인 극작가 미하엘 쿤체(80)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78)의 신작 '베토벤'이 내년 1월 12일부터 3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세계 최초로 공연된다.

초연을 앞두고 내한한 쿤체와 르베이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전에 공개했던 작업과는 다른 점이 많은 특별한 뮤지컬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왼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오른쪽) (서울=연합뉴스) = 극작가 미하엘 쿤체(왼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오른쪽)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질적인 작업 기간만 7년, 첫 구상 단계부터 따지면 11년에 걸쳐 완성했다는 '베토벤'은 베토벤이 실제로 남긴 유품 중 그가 사랑했던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고자 했던 편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한 폭력과 학대라는 상처를 가진 베토벤이 예술을 사랑하는 여인 토니 브렌타노와의 사랑을 통해 치유 받고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린다. 베토벤 역에는 박효신·박은태·카이가, 토니 역으로는 옥주현·조정은·윤공주가 출연해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극작과 작사를 맡은 쿤체는 "베토벤이 편지를 쓴 여인의 정체는 역사적으로 정확히 고증되진 않았다"며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갖고 있던 베토벤이 결혼한 귀족 신분이었던 토니를 사랑하게 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극작가로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 (서울=연합뉴스) = 극작가 미하엘 쿤체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비창', '월광', '운명 교향곡' 등 베토벤의 음악을 뮤지컬 노래에 그대로 사용한 점이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노래는 현대적인 정서에 맞게 일부 편곡된 베토벤의 선율 위에 가사를 붙여 만들어졌다.

쿤체는 "베토벤의 불멸의 사랑은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서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베토벤은 자신의 모든 감정과 영혼을 음악 안에 깊이 쏟아 넣었다. 이러한 그의 음악 위에서 이야기를 만든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의 음악을 클래식 음악 그대로 연주하거나, 현대의 악기로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작곡가 르베이는 "베토벤의 음악이 유치해지거나 저급하게 변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음악을 고르고 연구했다"며 "그의 음악에 담긴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고, 클래식 음악이 현대적 감성과 만날 수 있게 필요한 부분에 추가로 멜로디를 작곡하는 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음악에 익숙한 관객은 클래식 음악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하고,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뮤지컬이란 장르에 좀 더 관심을 두게 하는 게 이번 작품을 하는 저의 목표 중 하나"라며 "클래식과 현재의 음악을 연결해 단순한 뮤지컬 공연을 넘어 더 큰 하나의 문화적 확장을 시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 (서울=연합뉴스) =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의 본무대인 유럽이 아닌 한국에서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것도 유럽에선 성역처럼 여겨지는 베토벤의 음악을 과감히 현대의 뮤지컬 무대로 가져오는 것과 연관이 있다.

쿤체는 "인간적인 베토벤을 그린다는 점, 그리고 그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베토벤을 하나의 신화처럼 여기는 유럽의 제작자들이 시도하기엔 어려울 거로 생각했다"며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나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고 싶었고, 우리의 이전 작품들을 특별하게 공연해 온 한국의 배우, 제작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유럽을 대표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만들어 온 두 거장은 오랜 창작 활동의 동력으로 이야기에 대한 열정,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우정을 꼽았다.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계속 있다는 것, 그게 제가 일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행복한 모습으로 극장에 있는 관객을 볼 때 이 에너지가 계속되죠."(쿤체)

"제가 다혈질이라 젊었을 땐 쿤체 씨와 부딪힌 적도 있었죠.(웃음) 지금은 서로를 전적으로 존경하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서로의 의견과 감정을 진정성 있게 소통한 덕에 50년에 가까운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르베이)

뮤지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극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오른쪽) (서울=연합뉴스) = 뮤지컬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왼쪽)와 극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오른쪽)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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