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만난 시진핑·기시다, 대화 물꼬는 텄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2. 11. 1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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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국 방콕에서 만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밝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상은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30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했다. 중·일 정상 간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에 시 주석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2년 11개월 만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대만해협,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등 숱한 현안 탓에 양국 외교가에선 1시간 넘는 회담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6시 46분(현지 시각) 악수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두 정상은 회담 시작 30분 만에 대화를 마치고 회담장을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작년 10월에 시 주석과 전화 회담 때 상당히 유의미한 의견 교환을 했고,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에 일치했다”며 “지난 9월 29일에도 양국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시 주석과 매우 좋은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했다. “일본과 중국은 동북아시아와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을 함께 지켜야 할 중요한 책임을 공유하는 대국”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날 중국과 화합을 추구하면서도 압박하는 ‘화전(和戰) 양면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나 대만해협 문제 등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대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회담 후 “센카쿠제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나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활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이 군사 대국화에서 조금 양보하면 경제·산업 분야에선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회담 후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의 조기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다”면서도 “경제나 국민 교류를 포함해 의료,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 쌍방에 이익이 되는 형태로 협력하는 데도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이날 모두 발언에서 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양국은 아시아와 세계에서 중요한 나라이며 많은 공통의 이익과 협력할 공간이 크다”며 “나는 당신(기시다 총리)과 함께 정치가로서 책임을 다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큰 방향성을 파악하며,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은 회담에서 지금처럼 일본이 미국과 밀착해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포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회담에선 북한, 우크라이나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일치했다고 회담 후 일본 측이 밝혔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짧은 회담이지만 만남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국 간 긴장 완화와 협력을 위해 후속 대화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회담 후 기시다 총리는 “향후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 나가기로 의견이 일치, 당장 하야시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추진한다”며 “건설적이고도 안정적인 일·중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화로서 좋은 스타트였다”고 말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환구시보에 “중·일 관계는 교차점에 서 있지만 공급망 안정과 역내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할 기회도 많다”며 “이견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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