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참사와 ‘안전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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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주가 다 됐다.
안전처는 재난 컨트롤타워를 내세웠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된 조직이다 보니 한계가 명확했다.
안전처라는 이름 아래 묶인 3개의 본부는 전혀 융합되지 못한 채 '따로국밥' 신세였다.
타 부처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안전처가 개입도록 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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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주가 다 됐다. 불법 증축으로 좁아진 내리막 골목이라는 지형적 특성에 밤늦은 시간이 더해지고, 통제 부재에, 우왕좌왕한 경찰과 지자체 등 무책임한 당국까지, 비극은 수많은 이유가 차곡차곡 쌓여 그렇게 어이없고, 허무하게 발생했다.
결과는, 다들 알 것이다. 안전처의 해체다. ‘3년짜리’로 명이 끊겼다. 안전처는 재난 컨트롤타워를 내세웠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급조된 조직이다 보니 한계가 명확했다. 안전처라는 이름 아래 묶인 3개의 본부는 전혀 융합되지 못한 채 ‘따로국밥’ 신세였다. 타 부처가 산업 활성화를 위해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안전처가 개입도록 했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었다. 출입 당시 공무원들은 기자에게 “행안부로 묶였을 때는 인사·조직권을 내세워 압박이라도 할 수나 있었지, 실제로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는 볼멘소리를 했다.
삐거덕대던 안전처는 정권이 바뀐 후 행정안전부 품으로 돌아갔고, 안전 교육으로서 ‘생존 수영’과 안전신문고만 덩그러니 남았다. 해경 책임론과 익사에만 초점을 맞춘 탓이다.
이태원 참사는 어떨까. 원인이 다중이용시설이나 군중 관리로 모이고 있으니, 관련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장기 교육 분야에서는 CPR가 남을 것이다.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며 마무리될 것이다.
냉소적인 이유는 우리는 이미 많은 재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삼풍백화점 붕괴(1994), 대구지하철 화재(2003), 세월호 참사(2014), 이제는 이태원(2022)까지. 그런데도 10년마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는 것은 ‘대책’이 늘 미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화재·건물 붕괴·선박 침몰·압사라는 각각의 분류에 따른 소극적 처방 말이다.
슬픔과 분노가 들끓고 난 다음에 사그라들면, 안전보다는 규제에 따른 비용을 주장하는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정치적’으로 급조된 안전처였지만, 안전처가 내세웠던 것 중 옳았던 것도 하나 있다. 안전이라는 이름이 최우선으로 돼야 하고, 재난 대비는 과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의 역사가 많은 이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참사를 ‘정쟁으로 만들려는 자’와 ‘정쟁조차 안 하려는 자’의 대결을 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이들이 흘린 피 위에서조차 안전의 역사가 만들어지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든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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