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우리] 2023년을 지배할 어젠다 ‘R’

2022. 11. 1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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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침체·재건·리셋’ 등 부각
불황 극복·국제관계 리셋 놓고
패권·신흥국 치열한 경쟁 예고
달라진 공식 맞는 전략 펼쳐야

2022년이 저물어간다. 아직 한 달 이상 남았지만 기업과 국가의 시계는 이미 2023년을 내다보고 있다. 각국 정부와 각국 의회 간에는 2023년을 지배할 어젠다와 이에 수반한 예산을 놓고 치열한 논쟁과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도 모두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거나 다듬는 한편 새로운 리더십과 경영 진용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말 이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것인가? 이들의 성적표는 2023년에 부상할 어젠다와 이에 대한 대응전략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면 2023년은 어떤 해가 될 것인가? 영어 알파벳 ‘R’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내년이 계묘년(癸卯年), 토끼(Rabbit)의 해이니 R이 여기저기 출몰할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토끼와 함께 ‘RE 100’으로 상징되는 탈탄소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노력과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침체(Recession), 재건(Rebuilding), 그리고 리셋(Reset)을 둘러싼 어젠다가 크게 부각할 것이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침체를 둘러싼 어젠다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및 이에 대한 대응책, 그리고 지정학적 긴장의 여파와 연동돼 이미 시작됐다.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응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의 기초 체력뿐 아니라 보조 무기인 에너지와 금융(환율), 그리고 첨단기술과 관련한 정책 활용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패권국들은 또 다른 여력이 있다. 바로 부채 관리 능력과 전쟁을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있는 능력이다.

기업과 국가의 글로벌 지배력과 패권은 전쟁과 부채(Debt), 그리고 지정학적 위기에 영향을 받는다. 때로는 전쟁과 부패(Corruption), 그리고 채무가 영원한 동반자처럼 같이 가기도 한다.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세금이 아닌 차입(부채)을 통한 방식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정부가 빌려 쓴 채무를 최종적으로 갚은 건 무려 100여년이 흐른 2015년 3월이었다. 이 기간 세계는 전쟁과 부채 관리를 놓고 침체, 재건, 그리고 리셋을 어젠다에 올려놓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들어갈 전쟁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예측불허다. 조심스럽게 평화회담과 우크라이나 재건, 그리고 미·러 및 미·중 관계의 리셋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 또한 과거처럼 많은 시행착오가 벌어진 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2023년 이후 세계 각국의 어젠다로 떠오를 재건, 그리고 리셋의 R이 과거와 다르게 작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신흥국들과 자원부국들이 자신들이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 다시 흘려보냈다. 선진국들은 이를 자국의 금융 시스템과 첨단 기술력 유지를 위한 새로운 산업 등에 투자할 여력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런 자본의 흐름이 이제는 달라졌다.

러시아 중앙은행 예치금에 대한 동결 조치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제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급되던 자원부국발(發) 투자금을 상당 부분 증발시켰다. 중국 경제의 성장과 대체 투자처가 곳곳에 생겼다. 자국의 미래를 위한 국내 투자에 사용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속도와 비용을 놓고도 과거와는 다른 문법과 논쟁이 대두하고 있다.

과거 패권국들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공식과 문법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 안보와 지정학적 영역에서는 과거의 패권국이 그나마 활용할 수 있는 문법과 공식이 작동한다.

하지만 2023년은 새로운 국제사회의 문법과 공식이 서서히 힘을 형성해 가는 가운데 기존의 패권국들과 신흥국들이 지구를 재건하는 것과 국제관계를 새롭게 리셋하는 원칙에 대한 관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다. 2023년 말의 성적표는 이런 문법과 공식에 대한 대처 능력에 달려 있다.

김석환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 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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