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엽의고전나들이] 광대의 눈, 광대를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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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명종대에 귀석이라는 광대가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 수령이라 칭하면서 동헌에 앉아서는 물건을 바치는 일을 담당하는 아전을 불렀다.
그러자 아전으로 분장한 광대가 무릎걸음으로 기어 나왔는데, 수령 자리에 앉은 귀석은 큰 꾸러미 하나를 주며 나지막히 말했다.
윤원형이 이조판서를 지낸 인물이고 보면, 광대가 지목한 1순위의 위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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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몽인의 ‘어우야담’에 나오는 이야기이니 얼마간은 사실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고 얼마간의 농필(弄筆)도 있음직하다. 그 사실 여부를 따지려면 역사적으로야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문학에서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나올 법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종은 12세에 즉위하여 어머니 문정왕후의 수렴청정을 받아야 했던 인물이고,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이 전면에 나서면서 파열음이 그치지 않았다. 윤원형이 이조판서를 지낸 인물이고 보면, 광대가 지목한 1순위의 위엄이 분명하다. 또 나라가 어지러울수록 병조판서 같은 자리는 최측근을 등용하는 까닭에 그 다음 순위가 되기 쉽겠고, 대사헌은 국가 사정업무의 총책이니 거기에 밉보였다가는 출세는 차치하고 목숨을 보존하기조차 쉽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퍽이나 이상한 대목이 있다. 이조판서, 병조판서, 대사헌, 임금의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고 짚어주면서 그 근거로 진상품의 크기를 들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순위가 높을수록 크게 써야 합당하다는 사고가 깔려 있다. 그러나 정말 정상적인 나라라면 업무의 크기가 크면 그에 합당한 보수와 예우를 크게 할 일이지 뒷돈으로 보상을 구해서는 안 된다. 뇌물의 수수는 당연시하면서 크기만 문제 삼을 때, 나보다 더 받은 놈이 얼마나 많은데 만만한 사람만 족친다는 하소연을 막아낼 수가 없다. 그보다 더 끔찍한 것은 뇌물 상납이 덜 되어서 나락에 떨어졌다고 깊이 반성하는(?) 폐족을 양산하여 보고 싶지 않은 리벤지매치(복수전)가 성사되는 일이다.
이강엽 대구교대 교수·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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