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기시다 첫 정상회담서 ‘협력·관계 안정’ 강조…기시다 “센카쿠·대만 우려 전달, 좋은 출발점”

이종섭 기자 2022. 11. 17. 22: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로이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7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3년 만에 이뤄진 중·일 정상 간 대면 회담이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사이 협력과 관계 안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회담 시간은 30여분에 그쳤지만 양국 정상이 처음 대면함으로써 일정 부분 긴장 완화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가 열리는 태국 방콕에서 이날 양자 회담을 열었다. 오후 6시46분(현지시간)쯤 회담장에서 만난 두 정상은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눈 뒤 간단한 모두 발언을 주고 받으며 회담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 “올해는 양국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며 “양국은 아시아와 세계에 중요한 나라로 많은 공통의 이익과 협력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이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질 것이 없다”며 “전략적 관점에서 양국 관계의 큰 방향을 파악해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양국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시 주석과는 지난해 10월 첫 전화 통화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을 통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일·중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에 대해 일치할 수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현재 일·중 관계는 다양한 협력의 가능성과 함께 많은 과제와 현안에도 직면해 있다”며 “양국은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있어 중요한 책임을 가지는 대국으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쌍방의 노력을 가속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대면 만남을 갖은 것은 기시다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시 주석과 한 차례 전화 통화만 했다. 중·일 정상 간 대면 회담이 열리는 것도 약 3년 만이다. 2019년 12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회담한 것이 마지막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정상이 대면 회담을 한 것은 약 3년만이고 우리는 첫 대면 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큰 방향성과 함께 과제와 현안, 협력의 가능성에 대해 솔직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차원에서 긴밀히 의사소통을 도모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 조율을 거쳐 향후 일본 외무상의 방중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첫 만남에서 양국 간 협력과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내세웠지만 주요 현안을 놓고는 뚜렷한 입장 차도 노출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사이에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오랜 분쟁과 대만 문제 등이 주요한 갈등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 상황과 우크라이나 전쟁도 양국 사이에 논의될 수 있는 주요한 지역·국제 현안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와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활동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핵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시 주석과 일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측은 곧바로 회담 결과를 알리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영토 주권에 관한 문제를 지적하고 대만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내세우며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다만 양국 사이의 많은 현안을 논의하기에는 다소 짧아 보이는 시간임에도 기시다 총리는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은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있음에도 오늘 회담을 토대로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을 위해 계속 정상급을 포함한 모든 차원의 긴밀한 의사소통을 해 나가기로 했다”며 “오늘 회담은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대화를 진행하는 좋은 출발이 됐다”고 설명했다. NHK는 이날 회담이 시작 후 30여분 만인 오후 7시20분쯤 종료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즈강(笪誌剛)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글로벌타임스에 “중·일 관계는 증가하는 도전 속에서 중요한 교차점에 서 있지만 공급망 안정과 역내 경제 회복을 위해 협력할 기회도 많다”며 “이견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다면 양국 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중·미 간 경쟁의 영향 속에서 양국 간 이견이 통제할 수 없게 커져 파괴력을 갖게 될 수 있다”면서 “양국 간 고위급 소통을 유지하고 이번 첫 대면 회담에서 중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레드라인을 긋는 것이 양국 관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